
지난달 19일 본보에서 한인사회 발전을 위한 좌담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원균 전 버지니아 한인회장, 강고은 워싱턴가정상담소 이사장, 마크 김 KAI 대표, 김진아 워싱턴한인복지센터 이사장.
참석자 (가나다 순)
강고은 (워싱턴가정상담소 이사장)
김진아 (워싱턴한인복지센터 이사장)
마크 김 (코리안 아메리칸 인스티튜트 대표)
황원균 (전 버지니아한인회장)
20년 전과 비교해 현재 워싱턴 한인사회는 전반적으로 활력이 현저히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워싱턴 지역 3개 한인회(워싱턴한인연합회, 버지니아한인회, 메릴랜드총한인회)의 위상과 역할 또한 과거에 비해 축소됐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워싱턴한인연합회의 대표 행사인 코러스 축제는 예전에 비해 한인 참여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주최측이 한국의 대형 가수나 공연단을 초청하지 못하는 현실도 있지만, 한인사회의 관심 자체가 감소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정부의 지원금도 예년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연합회는 단체장 회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며 각 한인단체가 사업을 공유하고 일정 조율을 하던 기능을 수행했지만, 현재는 이러한 교류 기능이 없고 다른 활동조차 거의없다. 연합회 존재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평가도 나온다.
버지니아한인회의 경우, 대표 사업으로 한인들의 이민정착을 도운 ‘종합 기술학교’ 역시 규모가 축소됐다. 과거 개강식에는 2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했으나 최근에는 이러한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페어팩스 카운티 정부로부터 매년 6만5,000달러씩 2년간 지원받던 그랜트가 홍일송 회장 당시 중단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수강료가 상승하면서 참여자도 크게 줄었고, 현재는 일부 강좌만 운영되고 있다.
메릴랜드총한인회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과거 몽고메리 카운티 정부로부터 연간 10만 달러 이상을 지원받았으나, 최근에는 약 2만~3만 달러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본보는 창간 57주년을 맞아 워싱턴 한인사회의 현재 위치를 진단하고, 20년 전과 비교한 변화의 원인 및 향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각 세대를 대표하는 한인들과 좌담회를 진행했다.
“한인회·단체들, 재정 투명성 확보·법적 등록·은행계좌 개설 등 기본 갖춰야”
- 한인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인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김진아: 한인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인회가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인들의 의견을 모으고,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얻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측면에서 한인회가 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로 인해 한인사회가 예전에 비해 점차 축소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강고은: 워싱턴 지역에는 많은 한인회가 있다. 왜 이렇게 많은 한인회가 필요한지, 누구를 위한 조직인지 생각하게 된다. 한국 정치를 좋아하는 일부 인사들이 운영하고 있다는 인식도 있다. 이러한 인식은 선입견일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런 선입견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한인회의 역할이라고 본다. 한인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동포사회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를 해결하는 데 앞장설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김진아: 제 주변에는 한인 1.5세들이 많은데, 이들의 경우 한인회에 대한 관심이 적다. 한인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1.5세들도 한인사회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한인회가 구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K-드라마의 인기가 매우 높다. 또한 올해 북중미 월드컵이 미국과 멕시코에서 개최되고, 최근 뉴저지에서는 월드컵 대비 합동 응원전이 열려 2만6,000명이 참가했으며 나를 포함한 한인들이 ‘대~한민국’을 외쳤다. 또 지난 4월에는 플로리다 탬파에서 BTS 북미 투어의 일환으로 아리랑 월드 투어가 열렸다. 3일 동안 진행된 공연 중 내가 방문한 날에는 약 7만 명이 관람했다.‘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이러한 이벤트가 열릴 때 한인회가 앞장서서 대한민국을 알리고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황원균: 한인 이민 사회는 이젠 1.5세, 2세를 넘어 3세들의 성장을 준비하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한인회 역시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차세대가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확립하고 계승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 한인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주류사회와 어떤 관계가 필요한가?
마크 김: 한인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인들의 미국 경제에 대한 기여가 데이터로 정리돼야 한다. 제가 이끌고 있는 코리안 아메리칸 인스티튜트(KAI)는 이러한 자료를 만들어 주류사회에 알림으로써 한인사회의 협상력을 높이고 우리가 원하는 것을 확보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현재 센서스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한인 인구는 약 220만 명이다. 물론 한인사회나 한국 외교부에서 추산하는 인구는 이보다 많지만, 주류사회와 협상할 때는 공식 통계와 경제력을 기반으로 접근하고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한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인 이민자의 평균 연령은 36~39세로, 20년 전 평균 연령이 50대였던 것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이처럼 한인 인구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어떤 직종에 종사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가 우선돼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한인회가 주류사회와 접촉할 때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이를 통해 지역 정부, 주 정부, 나아가 연방 정부로부터 그랜트(Grant) 등도 받을 수 있다. 저는 버지니아 주하원의원으로 오랫동안 주류사회에서 활동해 왔는데, 그 경험을 통해 정확한 통계가 있어야 주류사회를 설득할 수 있다는 점을 느꼈다.
- 20년 전에 비해 한인사회가 크게 축소된 느낌인데 왜 그런가?
마크 김: 가장 큰 이유는 과거에 비해 미국으로 유입되는 한인 이민자가 줄어든 반면, 은퇴 후 한국으로 돌아가는 역이민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유학생 수도 줄었다.
최근처럼 환율이 1달러에 1,500원까지 오르면서 유학생들이 미국에서 공부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여기에 미국의 이민 정책이 강화되면서 이민 자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한국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미국으로 이주하려는 한국인의 수도 감소한 것도 요인 중 하나다.

강고은 워싱턴가정상담소 이사장, 김진아 워싱턴한인복지센터 이사장, 마크 김 KAI 대표, 황원균 전 버지니아한인회장(왼쪽부터).
“갈등·다툼·소송, 차세대 영입에 도움 안돼”
-한인회의 역할이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강고은: 과거에는 한인회가 영어와 컴퓨터 교육, 사회복지 정보 제공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지만, 현재는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는 단체가 많아졌다. 또한 인공지능(AI) 발전으로 많은 정보가 개인적으로 해결되는 시대가 됐다.
이제 한인회는 시대 변화에 맞게 고유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진아: 한인회는 한국 정부와의 교량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영어·컴퓨터 교육 등은 워싱턴한인복지센터 등 다른 단체들이 맡고 있다.
현재 한인회는 3.1절, 8.15 광복절 행사 등을 개최하고 대통령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여기에 머물 것이 아니라 차세대 문제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차세대가 필요로 하는 사항을 한국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황원균: 특히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로 인해 많은 차세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 시민권과 한국 국적을 동시에 가지게 되면서 국적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한국 방문에도 제약이 생긴다. 이러한 문제는 한인회가 대사관과 협력해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
-현재의 한인회는 한인 1세 중심이다. 1.5세나 2세들의 참여가 부족한데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는가?
강고은: 많은 단체들이 차세대 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실제 노력은 부족하다고 본다. 차세대가 참여할 경우 그들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고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또한 기존 1세 중심 단체가 1.5세·2세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펀딩 과정이 투명해야 한다. 후원금이 얼마나 모였고 어떻게 사용됐는지를 공개해야 지속적인 후원이 가능하다.
황원균: 또한 일부 단체들이 법적 소송까지 이어지는 갈등을 보여주는 것은 차세대 참여에 큰 장애가 된다. 어느 차세대가 갈등과 소송이 있는 단체에서 일하고 싶겠는가.
결국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문화를 보여줄 때 차세대가 이를 본받게 될 것이다.
- 20여 년 전 50대 한인 단체장들이 현재는 70대가 됐지만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황원균: 세대교체를 위해서는 기존 단체장들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 일부는 법적 분쟁 등으로 인해 신뢰를 잃어 세대교체가 지연되고 있다.
둘째, 재정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 한인단체는 비영리단체로서 세금 보고를 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공공 그랜트를 받을 수 없다.
셋째, 단체 등록과 은행 계좌 개설 등 기본적인 행정 절차가 필요하다. 이러한 기본이 갖춰지지 않으면 차세대 참여도 어렵다.
넷째, 한인회가 다시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 과거처럼 단체장들이 모여 일정을 공유하고 협력하는 구조가 복원돼야 한다.
- 한인회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김진아: 2002년 월드컵 때 애난데일에서 한인들이 모여 ‘대~한민국’을 외쳤다. 한인회는 이러한 이벤트가 있을 때 한인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8월에는 방탄소년단(BTS)이 메릴랜드 볼티모어에 온다. 공연은 10일(월)과 11일(화) 오후 8시 볼티모어 M&T 뱅크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하루 약 7만 명씩, 이틀 동안 총 14만 명이 찾는 대규모 공연이다. 이 공연에는 지역뿐 아니라 타주와 해외에서도 관람객이 올 예정이다. 이럴 때 한인단체들이 연합해 한인사회와 한국을 함께 알릴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한인커뮤니티센터, 다양한 프로그램·활동 등 소프트웨어 있어야 발전”
-한인단체가 주류사회와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마크 김: 한인단체가 주류사회와 소통하고 로컬정부나 주정부로부터 그랜트를 받기 위해서는 먼저 법적 등록이 필요하다. 또한 관련 법에 맞춰 세금 보고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신뢰(트러스트)가 형성된다. 주이시(Jewish) 커뮤니티의 경우 이러한 절차를 잘 갖춰 주류사회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
-한인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후원문화도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강고은: 많은 단체들이 후원을 받을 때 마치 돈을 맡겨 놓은 것처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후원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후원이 왜 필요한지, 얼마의 금액이 필요한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또한 행사가 끝난 뒤에는 후원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데, 이러한 부분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 한인사회가 예전에 비해 자금력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있다. 왜 그런가?
황원균: 과거에는 한인들이 세탁소, 리커스토어, 컨비니언스 스토어, 델리 등을 많이 운영했다. 하지만 이들이 은퇴하면서 자영업자 수가 크게 줄었다. 또한 이들의 자녀들은 공무원이나 일반 직장인이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에 따라 한인 비즈니스 규모가 축소됐고, 한인사회나 단체에 대한 기부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한국에서 새로 이주하는 한인 수 역시 감소하면서 한인단체의 재정 기반이 약화됐다.
- 한인회나 단체의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김진아: 시대는 이미 변화했다. 과거에는 많은 한인들이 한인회에서 영어와 컴퓨터를 배우고 사회복지 상담을 받기도 했지만, 이제는 이러한 역할을 여러 전문 단체들이 담당하고 있다.
현재 한인회는 한국과 미국 간 이슈가 있을 때 이를 선도하고 한인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황원균: 과거에는 향우회 활동이 활발했지만, 현재는 그 역할이 많이 축소됐다. 대신 마라톤클럽, 골프클럽, 등산 모임 등 동호회 중심 활동이 활발하다. 시대 변화에 맞춰 단체의 역할도 달라져야 하며, 한인 단체는 한인들의 필요에 따라 계속 새롭게 생겨날 것이다.
- 워싱턴한인사회에는 한인커뮤니티센터가 있다. 한인커뮤니티센터가 한인사회 발전을 위해 어떻게 사용되어야 할까? 현재는 1층과 2층 대강당, 2층 소강당을 대여 공간으로 사용하는 역말한 하고 있으며, 간헐적으로 2층 미니룸에서 서예 교실 등이 운영되고 있다.
황원균: 한인커뮤니티센터의 꿈은 샤론 불로바 전 페어팩스 카운티 수퍼바이저회 의장을 비롯해 한인 커뮤니티 리더들, 카운티 내 비영리단체, 재외동포재단, 그리고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동포들의 노력에서 시작된 것이다. 또한 센터준비위원회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회의와 방향 설정, 기금 마련, 그리고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이어온 끝에 오늘의 한인커뮤니티센터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제는 센터가 단순한 하드웨어 공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과 활동이 더해진 소프트웨어를 갖춘 진정한 한인커뮤니티센터로 발전해 나가야 할 때이다. 이를 위해 다시 한 번 동포사회가 힘과 역량을 모아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
비록 시작은 작았지만 앞으로는 사용 용도를 점차 확대하며 동포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 문화, 교육, 각종 행사, 정치적 성장과 참여 등 가능한 모든 분야에서 센터가 적극 활용되어 한인사회와 지역 커뮤니티를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또한 한인들이 미국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뿌리를 내리고 함께 성장해 나가는 기반이 되고 동포사회의 자산으로 자리매김하며 미래 세대에게도 의미 있는 공간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김진아: 한인사회가 함께 모이고 쉽게 만날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됐으면 한다. 누구든지 무료로 방문해 책도 읽고 사람들도 만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으면 한다.
강고은: 커뮤니티센터가 단순히 공간을 대여하는 시설에 머문다면 그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센터가 한인사회의 문화와 교육, 세대 간 교류, 그리고 공동체 형성의 중심지가 된다면 그 가치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질 것이다.
또한 한인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작은 갤러리 공간을 마련하거나, 지역 단체들이 자유롭게 모여 아이디어를 나누고 협력할 수 있는 커뮤니티 라운지를 운영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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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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