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비디오, 한국어 교육 효과·한류 영향
인터넷 보편화로 업소대여는 줄어
미주 한인들에게 비디오는 단순한 ‘시간 때우기’용 흥미거리만은 아니다. 궁금했던 모국의 근황을 접하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비디오 시청을 통해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고 자녀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를 알게 하는 데 가장 손쉽고 빠른 방법이 되기 때문. 상당수 한인 부모들은 자녀들이 어느 정도 한국적 가치관을 갖고 성장하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고 이를 위해서라도 한국 TV 드라마를 시청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녀들이 대학교에 재학 중이라는 박모씨(49, 나일스)는 아이들에게 아무리 한국어를 가르치려 해도 별 효과가 없었다면서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한국 쇼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름대로 한국어를 습득하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링컨비디오 김세진씨는 1.5세나 2세들은 대체로 쇼 프로그램을 좋아하긴 하지만 예전 풀하우스 등 감수성을 자극하는 드라마에도 관심을 많이 가졌다며 한국어를 거의 못하는 경우에도 영어 자막을 보며 무슨 뜻인지 배우는 경우가 흔하다고 귀띔했다. 샴버그 아시아비디오의 한 관계자 역시 가족들이 다함께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찾는다며 주말극장 같은 종류나 사극은 세대에 관계없이 항상 인기있는 편이라고 밝혔다.
한류 열풍이 한인 비디오 업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일부 미국인의 경우 선호하는 한국 연예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모두 섭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연히 접한 한국 관련 방송물에 흥미를 느끼고 후속 방영분을 구하기 위해 한인 비디오 업체에 찾아오는 경우도 흔하다. 링컨 비디오 유은숙 대표에 따르면 특히 태국이나 중국 등 아시아계 이민자들은 각자 커뮤니티 내에도 한류 관련 비디오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불멸의 이순신’ 등 한국 사극을 구하기 위해 수시로 업소를 방문하는 한류 매니아라는 것. 또 한국 방송 채널도 미국인들에게 한류를 전파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 유씨는 얼마전 한 백인 할머니가 한국 채널에서 방영하는 드라마를 보다가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찾아온 적이 있다면서 이런 경우 비디오에는 영문 자막이 없으니 인근 ‘한국서적’ 등으로 가서 DVD를 사라고 조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서적’의 한 관계자는 한인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미국인들이 한국 DVD를 많이 구입하고 있다며 어떤 흑인은 김기덕 감독의 팬인 듯 작품 이름을 직접 한글로 ‘그려서’ 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한편 한인 비디오 업계는 최근 불고 있는 한류에도 불구, 경영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노스브룩 던디비디오의 최해수 대표는 그나마 비디오를 빌려가던 유학생들이나 2세들 모두 요즘은 인터넷으로 방송을 보는 모양이라며 이제는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 밖에 남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는 몇년전에는 미국 아이들도 한국 관련 오락물이나 가요 프로그램 등을 주기적으로 빌려가곤 했으나 요즘은 한류도 식상해서인지 많이 찾지 않는 것 같다며 이러다가 한인 2세들까지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지 않게 될까봐 걱정이라고 전했다. 봉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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