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필의 음색은 역시 윤택있었다. 지난 12일 20여년만에 베이지역을 방문(데이비스 심포니홀), 말러의 1번(거인 교향곡)을 현란하게 수놓고간 여파는 크로니클지의 극찬으로 이어졌다. 지휘자 쿠르드 마주어의 대타 Roberto Minczuk(캘거리 필)의 열정적인 지휘가 함께한 오케스트라 하모니는 결코 쉽게 맛볼 수 없는, 묵은 포도주의 향기 그 자체였다.
런던 필이 지휘하는 말러의 ‘거인’은 정확하면서도 윤택있고, 생동감 넘치는 것이었다. 크로니클지 역시 최근에 엿볼 수 없었던 가장 뛰어난 연주라고 극찬을 보냈다. 특히 2, 3악장등 잘 알려지지 않은 악장에서 정상급 교향악단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는데, 음악이 악단에 따라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 가를 보여준, 전형적인 감명 무대의 본보기였다.
말러는 그의 교향곡 제 1번을 29세때 자신의 지휘로 초연했는데 당시에는 이해받지 못했으나 ‘거인’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뒤 대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특히 마지막 4악장은 말러가 가장 자신있게 내 놓은 명악장으로서, 마지막 휘날레에서 혼 주자 9명이 기립하여 연주하는 전례로도 유명하다. 이날 연주회는 혼심의 힘을 다해 극점으로 향하는, 말러의 투쟁을 엿볼 수 있는 위대한 연주회였으나 클라이막스에서 시각을 의식한, 혼주자들을 벌떡 일어서게 한 ‘쇼’는 말러의 실수(?)였을 것이다. 그러나 유태인들의 창의적인 과장법(?)을 엿볼 수 있는 웃어넘길 수있는 수준이었고, 마치 하나의 발명품이라고 할만큼 기막힌 선율미가 역동하는, 가장 장중하면서도 열정이 넘치는 명 공연중의 하나였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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