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첫 결실, 첫 작품은 그 나무의 됨됨이를 예측케하는 떡잎이다. 될성부른 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말러(墺, 1860-1911)의 첫 교향곡 ‘거인(Titan)’은 제목의 거창함과는 다르게 불안 속에 출발한 음악이었다. 이 교향곡이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지는 작곡가 자신도 명확하게 정의 내릴 수 없었다고 한다. 하나의 혼돈이자 당시만해도 소음에 불과했던 ‘거인’은 나중에 곡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작곡가가 타이틀을 붙였을 뿐 제목을 표상할만한 그 어떤 것도 없었다. ‘거인’은 무엇을 뜻하고 있을까? 거인을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은 교향곡 이라기 보다는 영화음악같았다. 마치 거인들이 활동하던 고대신화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듯한 착각이 일었는데 이는 제목이 주는 효과때문이었다. 사실 ‘거인’은 초연당시 참담한 실패로 끝났으나 제목을 붙이고, 각 악장마다 표제를 붙인 뒤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다고 한다. 제목이 최면(?)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말러는 그의 교향곡 ‘거인’이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다소 혁신적인것, 단순 소박보다는 요란하고 시끌벅적한 것을 추구한 작곡가였다. 연주인이 천명이나 등장한다는 ‘천인 교향곡’도 그렇거니와 ‘거인 교향곡’에서 마지막 4악장의 휘날레 부근에서는 혼 주자 9명이 모두 기립하여 연주하게 만드는 등, 말러의 과장은 알아줄 만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비난은 일지 않았다. 당시 낭만파의 사조가 그랬고 보다 화려할 수록, 규모가 크고 무언가 요란할수록 환영받던 시대였기 때문이었다. 음악에 철학을 주입시키고, 문학을 노래하고 종교등과의 혼합을 추구했는데 음악이 니체 등을 등에 업고 마치 예언자처럼 군림하기 시작한 시기였다.
1889년 말러의 첫 교향곡 1번 ‘거인’이 초연됐을 당시 말러의 친구 부인중 한명은 4악장이 울려퍼지는 순간 들고 있는 소지품을 떨어트릴만큼 깜짝 놀랐다고 한다. 당시만해도 말러는 작곡가로서는 알려지지 않았고 약관 29세의 지휘자에 불과했다. 처녀 교향곡이었는데 형편없는 솜씨라고 혹평받았고, 초연은 참담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당시 말러는 자신의 음악을 듣고 한 청중이 소지품을 떨어트릴만큼 놀랐다는 소리를 듣고 이 첫 교향곡에 ‘거인’이라고 표제를 달았으며 이후 대 성공을 거두게 된다. 표제가 거창한 만큼 사실 이 교향곡은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주기 위한 작품이 아니라 인생의 절망, 슬픔을 딛고 거인으로의 승화를 꿈꿨던 작품이었기에 청중들은 그제서야 말러의 위대성을 깨닫고 갈채를 보냈다고 한다.
후기 낭만파 작품중 말러의 교향곡 ‘거인’만큼 신선한 기백으로 열광적인 환영을 받은 작품도 드물었다. . ‘거인’은 언제가 말러(墺, 1860-1911)의 소개와 함께 언급한 적이 있지만 교향곡 중에서도 가장 영혼을 격앙시키는 감동의 명곡으로 정평이 높은 작품이다. 마치 요즘처럼 봄이 태동하는 희망의 계절에 듣기 알맞는 작품이라고나 할까.
유태인으로서 체코에서 태어난 말러는 오스트리아, 미국 등지로 옮겨다니며 방황했는데 51세로 사망할 때까지 11편의 교향곡을 통해 자신의 방황과 절망을 음악 속에 승화시켰다. 1번은 염세주의자였던 말러의 교향곡 중에서도 가장 밝은 작품으로 젊은 이의 희망, 거인으로 향하는 강한 야심이 표출되어 있는 작품이다. 특히 ‘거인’을 거론함에 있어 뻬놓을 수 없는 것이 4악장일 것이다. 베토벤의 5번이나 9번이후 이처럼 승화의 폭풍우를 쏟아붓은, 영혼을 감격으로 몰아간 작품도 드물었다. 한마디로 교향곡의 신화라고 할만큼 신출내기 작품으로서는 그 유례를 찾아 볼수 없을 만큼, 말그대로 거인 처럼 우뚝 선 작품이었다. 단순히 말러라는 작곡가가 만들어냈다기 보다는 유태인들이 그토록 열광적으로 숭배하는 여호와의 현시, 마치 홍해를 건너는 듯한 기적, 메시아적인 해방감으로 영혼을 감동으로 몰아가는데, 다소 과장이겠지만 말러는 이 한 곡을 통해 교향곡 사상 크게 획은 그은 위대한 작곡가로 거듭나게 되었다.
인생은 물음표(?)이다. 이전에 무엇을 써왔던 괄호( )안에 무엇을 써넣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 걷는 행보가 어떤 결말을 맺게 될지, 작곡가의 첫 음표가 어떤 결말로 마감지게 될지는 신만이 알 수 있다. 말러의 ‘거인’은 아픔을 딛고 일어선 승리의 찬가로 칭송받고 있지만 위대성은 오히려 꿈(야망)의 위대성에 있었다. 불가능을 두려워히자 않는 용기, 능력의 불신아닌, 아무도 걸어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도전에 있었다. 불안을 뿌리치고 거인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그 용기는 가히 천재의 그것이었고, 베토벤의 후계자로 손색없는 거인 작곡가로서의 그것이었다. 작곡자이자 세계 유수의 교향악단 지휘자로써 유태인의 긍지이자 우상이되었던 말러는 한 고통받은 인간으로서 벼랑끝에서 외친 슬픈 신화, 온몸으로 부딪쳐 만들어낸 아픔의 소리, 11개의 교향곡으로 다가올 민족의 수난(홀로코스트)에 용기를 북돋는, 말그대로 위대한 ‘거인’이자 유대 우상으로 우뚝 선 존재가 되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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