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 도움의 손길 필요
---
지난 12월 30일 저녁 산타클라라 카미노 당구장 안에서 진영철씨가 쏜 총에 맞아 쓰러진 김상우씨가 입원중인 산호세 ‘산타클라라 밸리 메디컬센터’를 방문한 때는 새해 첫날인 1일 오후 4시경.
사건 발생 후 이틀이란 시간이 경과했지만 어느새 해가 바뀐 데다 죽음의 문턱에서 수술을 받은 뒤 고통에 맞서 처절한 싸움을 하고 있을 김씨에게는 더없이 긴 시간이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주인을 잃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어느덧 폐가와도 같은 스산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던 고 김성배씨의 프리몬트 자택 현장을 방문한 뒤여서 병원으로 향하는 발길은 더욱 무겁기만 했다.
밸리 메디컬센터에 도착한 후 인포메이션 데스크의 안내를 받아 외과수술을 받은 중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회복실(Surgical intensive care unit)로 향했다.
일반 병실들과는 달리 통제 문이 따로 있을 정도로 한눈에 보기에도 중환자들만 모여 있는 이곳에서 김상우씨가 입원해 있다는 107호 병실을 찾았다.
김씨는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입에 산소 호흡기를 문 채 아무도 없는 병실에 홀로 누워있었다. 이내 나타난 김씨 병실 담당 브리지트 간호사(담당의: Dr. 부캐넌)는 수술경과는 비교적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겠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는 역시 미국인 특유의 톤으로 확신할 수는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김씨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맥박체크기의 신호 소리만이 들릴 뿐 잠시 침묵이 흐르는 동안 주변에 김씨의 가족이나 친지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 조금은 의아하게 생각됐다.
순간 이런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담당 간호사는 “김씨의 가족들을 아는가?”라고 물어와 기자를 짐짓 당황케 했다.
그녀가 이같은 질문을 한 것은 김씨가 큰 사고를 당한 중환자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을 제외하고는 김씨를 찾은 첫번째 방문자였기 때문이다.
주변인들의 말에 따르면 김씨는 이혼을 한 이후 전 처는 물론 아들과도 떨어져 혼자 살고 있으며 미국에 있는 가족이라곤 텍사스에 있는 누나가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연락처를 몰라 연락할 도리가 없다고 말했었다.
“잘 모르겠다”라고 말은 했지만 만감이 교차하며 눈길을 둘 데 없어 누워있는 김씨만 우두커니 바라보는데 놀랍게도 그 순간 잠든 것처럼 보였던 김씨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세 발의 총탄을 맞고 생명이 위독한 것으로 알려진 그였기에 비록 그것이 고통에 찬 몸부림이지만 왠지 그가 살아있다는 사실에, 그리고 살 수 있다는 희망을 보는 듯해 그 몸부림이 더없이 반갑기만 했다.
브리지트 간호사는 깨어난 김씨에게로 다가가며 한국말로 통역을 해 줄 수 있냐고 물어와 흔쾌히 응했다.
눈을 떠보라고 말하는 간호사를 따라 김씨를 향해 한국말로 “눈을 떠보세요!”라며 몇 번이고 외쳐보았지만 김씨는 고통 때문인지 몸부림만 칠뿐, 눈은 좀처럼 떠질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잠시 후 놀랍게도 김씨가 가느다랗게 눈을 떠 보여 머리에 총을 맞았지만 다행히도 의식은 어느 정도 살아있는 것으로 보였다.
김씨는 머리 외에도 가슴에 2발의 총탄을 맞았지만 그가 몸부림을 치는 사이 벗겨진 이불 사이로 드러난 김씨의 가슴을 보니 총탄을 맞은 부위는 다행히도 심장을 빗겨가 어깨 부위에 가까운 양쪽 가슴 상단에 맞은 듯이 보였다.
담당 간호사가 김씨에게 주사를 놓은 뒤 잠든 그의 모습을 뒤로 한 채 병실을 나서는 발길은 다시 무겁기만 했다. 병실을 나서며 이렇다 할 가족이 없는 그의 곁을 지켜줄 누군가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쪼록 그의 빠른 쾌유를 기원할 뿐이다.
※ 3일 기자의 연락을 받은 산호세 한미봉사회(관장 심영임)는 김상우씨를 위해 호스피스를 파견할 예정이다. 도움을 주실 분은 한미봉사회 전화 (408) 920-9733으로 연락하면 된다.
<김철민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