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리’- 고 김환기 화백의 그림 제목이다.
감동적인 그림이었다. 한점 한점 천천히 섬세하게 찍은 수많은 점들이 화면을 가득히 채우고 있었다. 다정하고 따듯한 가볍고 깊은 점들이 떨리는 별밭처럼 캔버스 가득 줄지어 스며들고 분간할 수 있는 것은 하늘과 땅 그리고 우주라는 느낌이었다.
하나의 점들이 우리들 하나 하나이겠고, 별들이겠고, 나무이겠고, 사물들이었겠지. 노년의 화백은 영원한 시간이 흐르며 또한 정지되어 현존하는 우주심과 사람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으로 묵묵히 몇 달이고 점을 찍었을 것이었다.
우리들의 만남과 헤어짐, 태어남과 죽음, 다시 만남에의 소망이 아름답게 펼쳐진 푸르고 아름다운 그림을 우리들에게 남기고 그는 갔다.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그곳이 어디일까.
폴 고갱은 생의 마지막 그림에서 이렇게 묻는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
윌리엄 블레이크의 연인(사진)들은 꽃잎 위에 앉아 별들과 함께 한다. 아마도 화가는 자신의 연인을 이 세상에서 지키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름다운 별밤에 연인을 지키는 꽃잎 위의 왕을 그렸을까.
이 세상의 삶이 꽃처럼 아름다울 수만은 없겠지만 그림을 통해 표현한 화가의 마음은 꽃보다 아름답다.
우리들은 모두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난다. 아름다운 사람들. 우리가 만나고 사랑하는 모든 이들은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우리가 만났기에 사랑하고, 사랑하기에 아름답고, 그 만남이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삶 중에 일어났기에 아름답고, 그 삶이 다시 돌아올 수 없기에, 진심으로 아껴주고 지켜주고 싶기에 아름답다.
불가피하여 헤어진 만남. 어이없는 이유로 멀어진 만남. 보고싶지만 이미 가고 없는 만남. 인간으로 태어나 생로병사의 고뇌를 가슴에 안고 가는 자. 우리가 만난 모든 이들은 모두 그토록 안타깝고 아름답고 고귀하다.
만남도 없고 헤어짐도 없고 우리 모두 마음속에 하나라지만 아침이면 나팔꽃은 피고 진다. 내가 만나고 사랑하는 모든 이들은 언젠가 떠난다. 백합꽃이 열 번 피고지면 나도 떠나야 하 리라.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리” 시인 김광섭이 노래하고 화가가 그림으로 표현한 만남과 이별의 커다란 별밭을 바라보며 나도 내가 사랑한 별을 다정히 기억해내고 그리고 조용히 묻는다.
그대와 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리.
박혜숙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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