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부모들의 자녀 결혼시키기 두 번 째 모임이 있었다. 아직은 두 아이 다 20대이나 나이 30이 남의 일이 아니다 싶어 참석하였다. 그곳에 도착해 보니 어찌 어찌하여 혼기를 놓친 자녀를 가진 많은 분들이 와 마치 결혼 박람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의 분위기가 사라지자 자리를 뜨는 사람도 있었다. 어수선한 분위기의 요인은 사회자의 말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자연 각 테이블마다 지방 방송(?)이 심해 주위를 산만하고 시끄럽게 했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들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많이 가르친 것이 오히려 혼기에 걸림돌이 될 줄은 몰랐어요” 라는 어떤 어머니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돌아온 후 몇 분의 전화를 받았고 그중 한 분은 많은 호감을 갖게 해 주었다. 대개 부모들이 자식의 내세울만한 모든 것을 나열해 마치 자녀들이 ‘누가 더 잘났나’를 자랑하는 대회 같다는 느낌이 들었으나 그분은 “내가 아는 좋은 신랑감이 있어서요” 했다.
이 얘기 저 얘기 도중 ‘아드님이 계세요” 했더니 “우리 아들이 조금 부족한 듯 해서 말을 안 했어요”라며 말을 꺼냈다. 자세히 들어본 후 “아이구 그렇게 번듯한 아드님을 두시고 겸손이 지나치시네요”로 말을 되받았다. 그분은 먼저 아들의 사진을 보낼 테니 우리 아이가 좋다고 하면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였다.
이틀 후 사진이 왔고 사진 속의 청년을 본 순간 ‘눈이 참 맑구나’ 생각했다. 사진을 받는 즉시 내 아이의 사진을 보내는 것이 예의라 생각하여 사진을 보냈으며 딸을 가진 엄마의 마음을 배려해준 그분의 품성을 느낄 수 있었다.
나 역시 아들과 딸이 있다. 연애가 아닌 부모들이 나서서 결혼을 시키려할 때 나의 자녀가 귀하다 생각하면 남의 자녀도 귀하다 생각해야 하며 나의 아이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겠다. 아울러 한국인의 정서로는 딸을 가진 부모의 입장을 먼저 배려함이 좋겠구나 생각했다.
부모들의 만남으로 또 부모들이 좋다고 그 만남이 이루어질지 아니 이루어질지는 모른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서로 느낌이 있어야한다니까. 그러나 이번 모임을 계기로 나는 세상에서 또 다시 무엇인가를 배웠고 반성할 수 있어 이번 모임에 참석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깨우쳤다. ‘세상을 사는데는 겸손만한 미덕이 없구나’란 것을.
박용하/ 웨스트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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