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이 다할 때까지 5계를 지키겠느냐”
샌리앤드로 전등사 36명 참불자 새출발
“첫째 불살생, 산 목숨을 헤치지 말라. 성내고 포악하고 잔인한 마음을 멀리하고 자비로써 모든 중생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니. 이것이 곧 평화의 바탕이 되는 것이다.”
내내 올림체로 말을 잇던 스님은 신도가 지켜야할 5계(다섯가지 계율)에 대한 다짐을 받는 대목에 이르러 내림체로 바꿨다. 그리고 물었다. “목숨이 다할 때까지 능히 지키겠느냐.” 법당안 불자들도 곁마루 불자들도 합장한 채 외쳤다. “예.”
“둘째, 불투도, 주지 않는 것을 훔치지 말라. 능히 지키겠느냐.” “예.”
“세째, 불사음, 사음하지 말라. 방탕하지 말고 남의 아내와 남편을 엿보지 말며 순결로써 자신을 극복하고 예의로써 남을 공경하는 것이니, 이것이 청정의 바탕이 되는 것이다…” “예.”
“네째 , 불망어, 남을 속이고 남을 욕하거나 아첨하지 말며 진실되게 말하고 정직하게 행동하며 약속을 지키는 것이니, 이것이 곧 믿음이고 신뢰의 바탕이 되는 것이다…” “예.”
“다섯째, 불음주, 술을 과도하게 마시지 말고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며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고 항상 맑은 정신으로 깨어있으라는 것이니, 이것이 곧 지혜의 바탕이 되는 것이다….” “예.”
27일 오전 11시30분쯤, 샌리앤드로 전등사(주지 보광 스님). 제1회 보살계 수계산림 대법회 주재를 위해 한국에서 온 보각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겸 남양주 사회복지재단 자재정사 원장)은 5계 다짐을 받아낸 뒤, 보광 스님 등이 서른여섯 수계제자 사이를 돌며 오른손 맨살에 향불을 찍어주는 광경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불자의 첫걸음인 수계의 참뜻을 두고두고 새기라는 따끔한 일침, 수계제자들은 그 불침을 받는 순간 찡그렸다 이내 미소띤 얼굴로 돌아왔다.
수계자 등 60여 불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수계식에서 보각 스님은 “5계는 남에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지키는 것”이라며 “세속에서는 모르고 짓는 죄는 가볍다고 하지만 모르고 짓는 죄는 지을 적에도 거리낌이 없고 짓고나서도 후회하는 마음이 없으니 알고짓는 죄가 훨씬 가볍다”는 부처님 말씀을 빌어 사소한 죄짓기에 대한 철저한 경계를 당부했다.
약 1시간에 걸친 법문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재미있고 교훈적인 예화를 섞어가며 연신 웃음과 수긍을 자아낸 보각 스님은 “믿음은 땅과 같다. 땅에 넘어진 자 땅에 의지해서 일어나야 한다. 신심이 없이는 어느것도 이룰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불교의 믿음(신심)은 무작정 믿음이 아니라 의심(해석)과 분심(가르침을 거스르는 자신에 대한 분노의 마음)이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각 스님을 비롯해 성근 스님(이천 학림사) 성원 스님(이천 영원사) 등 한국에서 온 스님들이 자리를 함께한 이날 수계식에서 전등사 주지 보광 스님은 고만근 거사 등 7명에게 감사패를 증정했다. 성근 스님은 손수 써온 “청산은 나를 보고…등 붓글씨를 한폭씩 선사해 불자로서의 첫걸음을 축하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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