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지역 21개국 경제협력 모임인 APEC 행사가 정상간 회의를 끝으로 최근 마무리됐다. 정상들의 신변안전 문제도 국민들의 전폭적인 협조 속에 우려를 말끔히 씻었다.
이번 회의는 세계인의 커다란 주목을 받았다. 참가 21개국 국내총생산이 전 세계 국내총생산의 57%라는 점을 감안할 때 당연한 일이다. 양과 질의 측면에서도 부산 APEC 행사는 성공적이었다는 게 중평이다. 정상을 포함한 대표단 규모가 3,891명, 세계 유수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850명, 각국의 행사지원 인력만도 1만1,701명이 부산을 찾았다. 참가 규모로 볼 때 APEC 사상 최대였다. 우리나라 곳곳이 내외신 기자 3,601명의 각축장이 되기도 했다. 주변 강국과의 정상회담이 11차례, 외교장관 회담 16차례, 통상장관 회담이 14차례 열리면서 다양한 분야에서의 진전을 이뤄냈다.
괄목할만한 성과는 역시 무역자유화 분야에서다. 무역자유화를 선언한 ‘보고르 선언’의 목표달성을 위해 시간표와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됐다. 이른바 ‘부산 로드맵’이다. 로드맵에서는 2010내 무역 완전자유화 목표달성을 위한 향후 정책방안이 제시됐다. 무역자유화에 따른 사회 경제적 격차해소를 위해 21개 회원국가의 강력한 정치적 의지가 표출됐다. 회원국 만장일치로 ‘사회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성명’이 채택됐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는 개도국의 능력배양 사업 지원을 위해 200만 달러 공여계획을 제시했다. 선진국으로서 성장혜택을 공유할 것을 주도하기 위해서다.
부산 APEC에서 ‘안전하고 투명한 아시아 태평양지역’을 재확인한 것도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 문제와 자연재해 대처를 위한 협력방안도 그 가운데 하나다.
예컨대 조류 인플루엔자에 대해 공동으로 백신을 개발하고 신속하고 투명한 정보를 공유하자고 약속했다. 국제 테러문제와 관해서도 회원국들은 주요 국제공항의 취약성을 자체 평가하고 방사선원 수출입 및 관리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393명의 전 세계 최고경영자들이 모여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반부패’도 선언했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부산 APEC의 성공적인 개최로 우리나라의 지도력이 국제적으로 크게 부각됐다는 점이다. 정상회의와 각료급 회의에서 외교역량이 십분 발휘되면서 우리나라 외교적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 부산이 동북아 물류 중심 도시, 세계적인 도시로 업그레이드되는가 하면 세계 정상과 유력 최고경영자 앞에서 우리나라가 IT 강국임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이와 관련, 싱가포르의 리센룽 총리는 “이제는 정보통신 사업이 그 나라 경제수준을 결정한다”고 까지 말했다. APEC를 계기로 한국의 정보통신 수준을 국제적으로 널리 알리는 계기도 된 것이다.
중간 기착지는 훌륭하게 준비됐다. 목표는 정점이다.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과학 기술 수준이 ‘세계적’이라고 고지됐으니 이제 정치권과 기업, 국민,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그것은 편협한 이데올로기나 정치싸움을 접어두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게 모두 마음과 지혜를 한데 모으는 일이다.
유민
LA 총영사관
공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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