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정보기술(IT) 분야의 놀라운 발전과 더불어 생명공학(BT) 분야의 연구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줄기세포 연구는 인간에게 여러가지 난치병 치료의 혜택을 줄 수 있다는 큰 기대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줄기세포 수확에 관련된 윤리 문제로 각국은 이 분야의 연구를 규제할 법 제정을 진행 또는 논의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황우석 박사 팀의 줄기세포 연구가 국제적 조명을 받는 가운데 난자를 채취하는 과정에 윤리적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 때문에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된 윤리적 문제의 하나는 어디서 어떻게 줄기세포를 얻느냐이다. 인간 배아에서 얻는 경우에는 그 배아를 파괴하게 되는데 그 배아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는 경우 다른 생명체의 치료를 위해 힘없는 한 생명체를 파괴해도 좋은가 하는 윤리적 문제가 생긴다.
여러 나라에서 입법을 통해 규제를 시도하고 있으나 입법을 통한 규제만으로는 통제하기가 어렵다. 줄기세포 연구의 수익성이 크다고 보는 사기업체나 일부 국가에서는 돈벌이를 위주로 하는 정책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규제가 심한 나라를 피해서, 규제가 없거나 덜한 나라로 연구지를 옮겨가는 문제도 있다. 미국에서 천주교회, 동방 정교회, 복음주의적 개신교 등 보수 진영은 배아를 하나의 인간 생명체로 보기 때문에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것을 반대한다. 이들은 인간 배아의 파괴를 필요로 하지 않는 성체 줄기세포연구를 장려한다. 한국 천주교회도 이와 같은 입장을 취하며 한국내 61개 교단과 20개 단체가 가입한 한국기독교 총연합회도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유대교인들, 이슬람교인들, 모르몬교도들, 유니테리언교도들, 그리스도교의 자유주의적 신도들, 주류교파의 상당수의 신도들은 줄기세포연구에서 오는 혜택을 감안하여 이 연구에 지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라인홀드 니버라는 신학자에 의하면 타락한 세상에서 사는 모든 인간은 예외 없이 “자기를 지나치게 사랑하려는” 경향성을 가진 “원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고로 인간이 가지는 “힘”은 그것이 경제력이건, 군사력이건, 통치권이건, 과학의 힘이건, 다양한 가면을 쓰는 인간의 이기적 욕심이나 야망에 의해 남용 될 수 있다.
몇 해 전 집에 불을 질러 자기 할머니를 죽게 한 한 소년의 기사를 읽은 일이 있는데, 그 소년에게 왜 그런 일을 저질렀느냐고 물어 봤더니 “내가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내가 “할 수 있다”고 아무 일이나 해서는 안 된다. 할 수 있는 일이 자신과 인류와 자연에 축복이 되려면 우리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냉철하게, 부지런히 찾으며 이에 순종하고 응답하는 생활을 해야 할 것이다.
줄기세포 연구도 인류를 위한 의학적 혜택의 증진을 위해 계속 노력하되 이 연구가 지닌 측량하기 어려운 잠재적 수익성 때문에 더욱 한 쪽의 이익이나 생명을 위해 다른 쪽의 생명이나 인권을 경시하는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조석환/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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