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씨는 노벨 문학상에 충분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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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의 노벨문학상 후보, 한국시의 대들보라 불리는 시인 고은의 연작시집 ‘만인보’가 영어로 번역 출판됐다. 지난달 17일 그린 인터저(Green Interger)사 펴낸 360페이지 분량의 이 시집은 ‘Ten Thousand Lives’라는 이름을 달고 미전국 서점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1986년부터 간행되기 시작한 만인보는 ‘만인의 삶에 대한 시적 기록’이란 뜻으로, 고은의 시 작품 가운데 장편서사시 ‘백두산’과 짝을 이루는 대형 연작시집이다. 7,80년대 독재정권에 싸워 맞서다가 몇 차례나 투옥되었던 시인 고은. 수감시절, 그에게 유일한 희망은 옛일을 회고하는 일이었다.
작가의 고향마을에서 만난 머슴 대길이, 딸그마니네, 옥정골 철곤이 등 그가 어린 시절 만났던 민중의 숨결은 시인에게 유일한 희망이었다. 시인은 만약 감옥에서 살아나간다면 그가 만났던 사람들을 시로 써서 되살리고 싶다는 생각에 만인보를 구상하게 되었다. 시대의 고통을 함께 짊어져 온 실천적 지식인의 노래인 만인보는 이렇게 탄생했다. 이름없이 살다 간 민중들의 삶이 살아숨쉬는 만인보는 최근 20권까지 출간됐다.
영어로 출판된 ‘Ten Thousand Lives’는 만인보 1-10권중에서 모두 160편을 추렸다. 번역작업은 고 김영무 교수(서울대 영문과)와 브라더 앤서니 사제(서강대 영문과),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영문학자이자 불교문학 작가인 게리 바크씨가 맡았다.
LA에서 출생한 바크씨는 UCLA와 SFSU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배우이자 작가로서 다양한 작품을 발표한 바 있는 그는 ‘만인보’의 번역에 참여하면서 1998년 서울에서 고은씨를 만났다. 그는 고은씨를 “틱 낫한 스님과 비슷한 이미지를 가졌다”고 회고했다. 3명이 공동작업한 번역과정에서 바크씨는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를 넘어서 번역(translate)된 것을 가장 의미가 잘 통하도록 다듬는(polish) 역할을 주로 맡았다고.
“시는 만국예술”이라고 표현한 바크씨는 “고은씨는 노벨 문학상을 받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고있다”고 그의 문학성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바크씨는 “고은의 시는 전통과 모던 세계를 적절히 배합해 매우 직설적인 표현을 사용해 미국인 독자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은씨야말로 스페인의 단테나 미국의 휘트먼처럼 “언어를 일상어 수준으로 내려 쉽게 썼다”고 말했다.
판소리와 한국영화 등 모든 한국문화를 좋아해 심취한 그는 스탠포드 평생교육원에서 시학을, 샌프란시스코 선(Zen)센터에서 하이쿠(Haiku) 등을 강의하고 있다. 만인보의 영문판인 ‘Ten Thousand Lives’는 14달러95센트이다.
<한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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