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은 기어가고, 청년은 달려가고, 노년은 날아간다고 한다. 또한, 각자 나이는 흘러가는 인생의 시속이라고도 한다. 이것이 체감의 세월이다.
오래전 구역 예배가 끝나고 어느 교인이 물었다.
“진갑이 몇살인지 아십니까? 의외로 아는 분이 드물어요”
그는 61세를 의미한다고 말하고 인생은 진갑부터라고 했다. 양로원 나이로는 60대는 청춘에 속한다. “인생 70이 고래희”라고 했던 두보도 결국 59세로 일생을 마쳤지만 요사이는 적어도 고희를 넘겨야 잔치나 기념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희수는 77세(喜의 草書) 칠칠치 못한 나이, 미수는 88세(米의 破字) 팔팔한 나이, 백수는 99세(百에서 한 획이 빠진 白) 꿋꿋한 나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나온다. 할망구에서 망구(望九)는 망구십 즉 90을 바라보는 81세를 뜻한다.
수명은 계속 늘어나지만 사실 나이보다는 나잇값이 문제이다. 약관은 남자 20세, 방년, 묘령은 스물 안팎의 여자 나이지만, 미셸 위를 보면 16세에 벌써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간단히 문인들을 돌아보아도 ‘진달래꽃’으로 친숙한 소월은 33세, ‘날개’의 주인공 이상은 28세, ‘물레방아’ 인생 나도향은 25세로 요절을 했다.
‘사슴’ 같은 여인 노천명은 45세, ‘모란이 피기까지’ 봄을 기다리던 김영랑은 47세, 박용철은 ‘떠나가는 배”를 타고 35세의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하직했다. 그러나 모두 나잇 값을 톡톡히 한 셈 이다.
마티니와 시가를 즐기던 처칠이 92세 장수를 했는가 하면 아방궁을 짓고 불로불사의 영약을 구하던 진시황은 결국 49세로 인생을 마감하는 것을 보면 인명은 재천일 뿐이다.
18세가 피는 나이이라면 그 역으로 보는 81세는 지는 나이 망구에 해당한다. 이제 피고 지는 나이를 합한 숫자 백수의 시대가 코앞에 와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77세로 남자 73.4세, 여자 80.4세라고 한다. 65세 이상이 9%나 되어 UN이 규정한 고령화 사회 7%를 이미 넘어섰다.
노년에 지갑이 두툼하면 자식들은 물론 손자 손녀들까지 줄을 선다. 그러나 지갑이 텅텅 비어 있으면 죽음조차 외로운 법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지갑의 무게가 아니라 아름다운 인품이다.
인생의 석양이 아름다운 것은 사랑의 밑 그림인 너그러움과 경험의 진수인 지혜로움과 양심의 표백인 떳떳함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문제는 치매라는 복병을 피해 가야 한다. 그러나 그걸 누가 알겠는가.
고영주
국어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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