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해온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되었다고 소란하다. 그러한 소식을 접하면서 50년대 말에 시골의 한 여학교에서 지리를 가르치셨던 심 선생님 생각이 난다. 그 때만 해도 우리 한국은 전쟁 후에 여러 가지가 부족하기도 하였지만 특히 농사를 지을 때에 화학비료 대신에 인분을 사용하고 있을 때였다.
지리 시간은 주로 오후에 있기도 하거니와 나른하고 몽상에 빠지는 여름이기라도 하였는지 학생들의 수업태도는 산만하기만 하였다. 갑자기 선생님이 “이 제분기들아,”하시는 것이었다. 우리들은 모두 어리둥절하여서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제분기가 무엇인가 하면 분뇨를 만드는 기계인데 너희들은 밥이나 먹고 분뇨나 만들고 있으니 제분기가 아니고 무엇이냐. 우리가 지금은 전쟁 후에 가난하고 아무 것도 없지마는 언젠가 장래에는 중국과 장사를 하여야 할 터인데 너희가 이렇게 맥빠져 있어서야 되겠느냐? 미국에서 물건을 중국에 팔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어. 그러니 미국이 기술을 제공하여 우리 나라에 공장을 세우고 우리가 만든 그 엄청난 물자를 중국에 팔려면 얼마나 바빠지겠으며 서해안이 얼마나 발전할 것이냐. 인구가 많은 중국에 그 많은 물건을 배로 실어 나르려면 서해 쪽에 있는 모든 도시들이 번창 할 것이다. 공부 열심히 해서 그 때를 대비해야 한다.”
우리는 너무나도 황당한 선생님의 말씀에 와글거리며 웃었다. 중국과 무역이라니… 그 때에는 한국전에 중공군이 참전을 하기도 하였거니와 중국과는 국교가 열리지도 않은 시절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팔아야 할 제품도 물론 없을 때였다. 그러나 심 선생님은 웃지 않으셨다. 그리고 한 학기가 끝날 때까지 몇 번 더 “제분기들아…” 하셨다.
그 후 한국이 날로 발전하여서 중국과 국교를 트고 교류를 할 때 문득 심 선생님이 생각나기도 하였다. 그 어려운 시절에도 꿈을 가지고 계셨던 선생님의 선견지명에 놀라기도 하였고 훌륭하게 생각되기도 하였다. 그 분이 지리 선생님이기 때문이었을까. 그래서 남들이 하지 않는 생각도 할 수가 있었을까. 지금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계실까. 궁금하였다.
막대한 물량을 중국으로 수출한다던 선생님의 예상과는 달리 막대한 물량이 중국으로부터 세계를 향하여 흘러나온다. 그리고 이제는 김치도 중국산을 먹는 시대가 오더니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되었단다. 심 선생님의 ‘빛나는 예견’ 어디에 착오가 있었던 것일까.
우리는 너무나도 성급하였을까. 아니면 중국인의 상술에 우리가 말려든 것일까. 좀 더 용의주도한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비단이 장수 왕서방’만 수지맞는 것이 아니라 비단을 사는 사람도 수지맞게 하는 어떤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닐까.
세월이 많이도 흘러간 오늘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 제자들을 걱정하시던 선생님을 생각한다. 그 제자들이 이제는 모두 은퇴를 하였으나 그래도 ‘그 동안 모두들 수고하였다’고 말씀하실 것만 같은 선생님. 누가 뭐래도 열심히 살고 또 국가를 부강하게 하는 역할에 전력을 다 하였다는 것을 심 선생님도 확실하게 인정하실 것이기에…
임문자
자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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