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가을이다. 가을은 실수 투성이인 나를 돌아보라고 권한다. 더러 산과 바다를 나가서 가슴을 펴고 자연을 보라 한다. 자연은 섭리에 순응한다. 가을은 옷을 갈아 입는다. 여름내 욕망의 푸른 옷을 벗어버리고 노란색으로, 붉은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그 나무에서 가만 가만 춤을 추며 내려온다.
가을 나무잎에 누어 하늘을 쳐다보면 나뭇잎이 각가지 색동옷을 입고 내려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뭇잎은 슬픈 몸짓이 아니고 춤을 추며 수줍게 웃으며 내려오고 있다.
나뭇잎이 내려오는 모습은 인간이 내려오는 모습과 비교가 된다. 인간은 가지고 있는 것을 내놓지 못하여 고통하고 절망하고 세상 종말이 올 것처럼 온 집안이 먹구름 속에서 몸부림친다.
가을은 우리에게 가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렇게 아름답게 떠나라 하는 것이다. 가지고 있는 것 내려놓고 신의 음성을 들어보라 하는 것이다. 이 나이 되도록 살다보니 매년 맞이하는 가을이 매번 달라 보인다. 유년 시절의 가을은 가을곡식을 거둔 들녘에 마구 쏘다니며 꿈을 키우며 높은 하늘, 황량한 들, 바람결에 날아오는 단풍잎에 세상은 아름답기만 하였다.
나이가 들면서 가을은 겨울 준비를 생각하느라고 가을하늘을 쳐다보지 못하고 살던 시절이었다. 아귀다툼으로 살아온 시절이었다.
머리에 흰 서리가 앉게 되니 가을이 오면 이웃이 하나 씩 떠나며 남기고 가는 것은 “내가 여태 무얼 하고 살았나”이다. 얼굴값을 하여야 하는데 급 박하게 다가오는 안타까움이 있다.
천년만년 살것 같이 모아드리던 욕망이 아무것도 아님을 깨달을 때다. 우리의 가을은 돌아갈 길이 걸어온 길보다 더 짧은 것을 알게 하여 준다. 올해의 가을은 무얼 할까 하고 생각하여 본다.
비우는 연습을 하여야겠다 생각한다. 부질없는 것에 연연하지 말자, 내 하던 일에 최선을 다하자 다짐한다. 내 영역이 아닌 것은 쳐다보지 말자, 욕심을 버리자. 공책에 버릴 것을 적어놓고 하나씩 버리고 지우며 실천하여 보리라 다짐한다.
김사빈/ 호놀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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