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새 학년을 시작한지 벌써 2개월 남짓. 여름 방학은 정말 길기도 하구나 생각했는데 지나고 나면 정말 “후다닥”이다. 새 학년이 시작되면 한 달은 아이들이 학교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친구들은 누가 같은 반이 되었는지, 새 친구들과 잘 사귀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생님에 대한 이런 저런 정보들을 다른 아줌마들한테 하나 둘씩 들어서 짜깁기 해 놓고 안심했다, 걱정했다 그렇게 보내게 된다.
몇 년 전만 해도 새 학년이 시작되면 늘 숙제처럼 찾아오던 교실 자원봉사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고민 그리고 망설임이 어느새 이젠 내가 해야 되는 일처럼 무슨 요일에 해야 하나 하는 고민으로 바뀌었고 올해도 어김없이 시작되었다. 일주일 혹은 격주에 한번 한 시간 정도 수업 시간에 아이들의 공부를 도와주는데 생각보다 잔재미도 있고 나에게도 참 좋은 시간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우선은 2학년이 된 둘째 딸아이가 정말 좋아한다. 우리 엄마 오는 날이라고 얼마나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해 놓았는지 아이들이 나에 관한 소개없이도 누구의 엄마인지, Mrs. 누구로 불러야 할지 첫날부터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에겐 확실히 일의 분담에 대한 여유와 어려운 과제에 대한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알찬 시간이 된다.
마지막으로 나에겐 아이들을 도와주면서 아이들과 놀아주면서 받는 좋은 느낌, 우리아이가 무엇을 어떻게 배우는지, 다른 아이들과 내 아이가 같은 문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해결하는지 그런 것들을 내 눈앞에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아직도 She와 He가 내 마음대로 오락가락 하는 나의 영어 실력에다 몇 번을 타이르고 작은 경고까지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장난을 처대는 아이에게 나도 모르게 나오는 말, “야!” 물론 작은 목소리로 하는 말이지만 나와 아이들을 적잖이 당황케 만드는 말이다. 이젠 미국에 산지 10년이 다 되었다고 웬만한 콩글리시를 구사하고도 상대가 “OK”하는 듯한 사인이 오면 나도 어느새 내 영어에 “OK”가 된다.
이런 저런 나의 실수와 장난꾸러기들이 도처에 있음에도 한 시간 교실 자원봉사를 하고 나오는 나의 마음은 “즐거움”이다. 올해 처음 시작한 도서관 자원봉사는 단순하지만 꼭 해놓아야 되는 일이 어찌 그리 많은지, 한 시간이 정말 눈 한번 돌릴 틈 없이 지나간다. 항상 끝나고 나올 때마다 ‘정말 잔 손길이 늘 필요한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큰일도 아니며 돈 되는 일도 아니고 뭐 대단히 이름 올릴 일도 아닌 정말 짧은 시간 하는 작은 일 이지만 누군가 꼭 해야 할 일을 항상 그 누군가에게 미뤄 두고 살았는데 이제 내 차례가 되었나 싶다. 아직 마음에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조금 미뤄 두되 아이들이 고학년이 되면 점점 자원봉사의 기회와 선택의 폭이 줄어 든 다는 걸 염두에 두고 슬슬 결심을 해 보면 어떨까. 내 아이와 학교를 위해서도 그리고 해보면 알겠지만 나를 위해서도. 난 이 작은 일에서 웃음과 좋은 느낌을 가져오고 있다.
이정화/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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