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통은 놔둔 채…”비난 부시 국정운영‘치명타’
“칼 로브 수사 계속” 불씨 여전히 남아
‘리크게이트’(LeakGate) 수사결과 발표는 몸통을 건드리지 못한 채 깃털만 건졌다는 일부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집권 2기 국정운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백악관 측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리크게이트의 여파가 수렁에 빠져드는 이라크 사태, 엄청난 재정적자 등 다른 악재들과 함께 내년 11월 선거에서 원내 안정 과반의석을 확보하려는 공화당의 전략에 찬물을 끼얹는 것.
실제로 최근 USA투데이와 CNN이 공동실시한 갤럽여론조사에서 유권자들은 안보와 대테러전을 제외한 다른 주요 정책 분야에서는 공화당보다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부시 집권 2기를 혼돈 속으로 몰아 넣은 백악관의 주역들. 오른쪽으로부터 ‘리크 게이트’ 몸통 의혹을 샀던 딕 체니 부통령, 대법관 지명을 자진 철회한 해리엇 마이어스 백악관 법률고문, 리크 게이트로 28일 기소된 리비 부통령 비서실장, 댄 바틀렛 대통령 보좌관과 역시 리크 게이트로 곤욕을 치렀던 칼 로브 백악관 비서실차장.
리크게이트의 불씨가 아직 완전히 꺼진 것이 아니라는 점도 백악관과 공화당을 불안스럽게 만드는 요인이다.
리크게이트의 ‘몸통’으로 지목됐던 딕 체니 부통령은 루이스 리비 부통령 비서실장과 칼 로브 백악관 비서실차장에게 조셉 윌슨 전 이라크 주재 미국 대리대사의 부인 발레리 플레임이 CIA 비밀공작원이라고 털어놓은 장본인으로 드러났다.
연방 대배심은 리비가 체니 부통령으로부터 윌슨의 부인이 CIA 비밀요원이라는 사실을 전해들었으면서도 연방수사국(FBI)의 조사 과정과 연방 대배심에서의 선서 증언을 통해 “기자들로부터 이같은 사실을 처음 들었다”고 위증한 사실을 들어 그를 기소했다.
결국 플레임의 신분을 누설한 근원이 체니 임을 밝힌 셈이다. 대배심이 리비 실장에게 정부 비밀요원의 신원누설 금지규정을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않아 체니 부통령의 숨통을 다소나마 터 주긴 했으나 워싱턴 최고 실세라는 체니 부통령의 신뢰성은 결정적 타격을 입게 됐다.
또한 리크게이트를 수사한 패트릭 피츠제럴드 특별검사는 칼 로브에 대해 “조사 대상이며 사법처리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해 아직 이 사건이 마무리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은 해리엇 마이어스 대법관 지명자를 사실상 내쫓는 저력을 과시하며 부시 집권 2기 주도권 전쟁에서 첫 승리를 낚았던 극보수주의 그룹(네오콘)이 이번 리크게이트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행정부내 네오콘 그룹의 대부인 체니 부통령이 신뢰성에 손상을 입고, 오른팔인 리비마저 잃는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루이스 리비는
선제 공격론 창시 신보수주의자
고위직 불구 말없는 보좌로 유명
루이스 리비는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 신분 누설사건과 관련, 28일 연방 대배심에 의해 기소되기 이전에는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은 적이 없는 무색 무취의 정치 거물이었다.
가장 막강한 권력을 가진 미국 부통령으로 첫 손가락에 꼽히는 딕 체니 부통령 비서실장, 부통령 국가안보 고문, 조지 W. 부시 대통령 보좌관으로 행정부의 정책을 구체화하는데 있어 핵심 역할을 맡아왔다.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에서 태어나 플로리다에서 성장했으며 명문 예일대,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현 대통령의 부친이 대통령을 지냈던 시절 체니 부통령이 국방부 장관을 맡았을 때 국방부 동아시아 태평양 연안국 특수 프로젝트 국장을 맡아 함께 근무한 것을 인연으로 2001년 부통령 비서실장이 됐다.
그는 고위 공직자들이 참석하는 백악관 미팅에서 말을 하기보다는 듣는 편에 가까웠다는 평가다.
그는 신보수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전쟁을 반대하는 민주당원으로 정치생활을 시작했다. 대학시절 학생과 교수 관계로 처음 만나 정신적 지주로 모시고 있는 폴 월포위츠 세계은행 총재와 함께 냉전 이후 미국의 새로운 방위전략으로 자리잡은 선제 공격론을 창시한 장본인이다.
그는 뛰어난 글솜씨로 1903년 눈사태가 난 일본 교외를 배경으로 한 로맨틱한 소설 ‘도제’(Apprentice)를 96년 출간하기도 했다. 소설가로서 자유로운 삶을 동경했던 그는 연방 대배심의 기소로 날개 없이 추락하는 새의 신세가 됐다.
<황동휘 기자>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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