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당같은 미국 가려
생라면 씹으며 연명”
“중국에선 북한 공민증만 있으면 미국 정부가 망명을 쉽게 받아준다는 ‘장밋빛 전망’이 많았는데 막상 망명을 신청하려니 그게 아닌 것 같아 불안합니다”
10년 동안 중국을 떠돌다 탈북자 사이에 ‘천당’이라고 알려진 미국행을 결심한 탈북자 이철수(가명·46)씨. 이씨는 중국 공안에 언제 잡혀갈 지 모를 10년의 삶을 청산하고 싶어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미국행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가족 부양을 위해 95년 홀로 국경을 넘은 이씨에게 10년의 세월이 남겨준 형벌은 가혹했다. 아내는 간염으로 97년 사망하고 딸 이모(가명·20)양은 아버지를 찾겠다며 99년 고향인 나진·선봉시를 떠난 후 행방불명 상태다.
이씨는 “다른 탈북자처럼 제게도 두 차례 한국행 기회가 있었는데 딸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에 그냥 중국 연길에 머물렀어요”라며 목구멍 깊은 곳에서 터져나오는 울음을 끝내 참지 못했다.
2002년 북한으로 송환된 이씨는 “밀린 노임을 주지 않는다고 항의했더니 중국인 농장주인에 신고를 했다”며 송환 직후 관리를 매수, 목숨을 걸고 또 한번 국경을 넘었다고 밝혔다. 이씨는 “이제 다시 한 번 체포되면 난 북한에서 죽는다”며 “미국이 나를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미국 망명에 대한 희망을 꼭 부여잡았다.
생라면을 씹어 먹으며 버텼다는 이씨는 주린 배를 부여잡으면서도 식당행을 권유하는 기자에게 “혹 바깥에 나갔다 체포되면 어떡하느냐”며 경계심을 감추지 못 했다. 이씨는 20일 멕시코 국경도시 도착 후 한 번도 햇볕을 보지 못 한 채 담배 연기 자욱한 모텔방에서 지내고 있었다.
모텔방 인근 식당에서 허기를 채우자마자 이씨는 “근데 미국이 어디에 있어요”라고 물으며 ‘자유와 인권의 천국’ 미국에 대한 꿈을 담배 연기에 담아 연신 미국쪽 국경으로 날려보냈다.
<멕시코-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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