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 단체가 작성한 친일파 명단에 고 박정희 대통령이 포함된 것을 보고 의아했다. 자기들만의 잣대로 특정인물을 매도하면 또 다른 역사왜곡을 초래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는 개인적 생각에서 필자는 박 대통령의 잘 알려지지 않은 신화 하나를 소개하려 한다.
5.16 군사혁명 이후 한동안 소원했던 한미관계는 한국정부가 월남전 파병을 결정하면서 회복됐고 한국은 이를 계기로 미국으로부터 당시 첨단화기인 M16 소총을 지원 받을 수 있었다. 한국군은 그때까지 2차대전의 골동품 무기인 M-1소총을 사용하고 있었다. M16 제조사인 맥더널 더글러스사는 그 동안 금수품이었던 M16을 한국에 수출하게 된 것을 계기로 데이빗 심슨 이사를 한국에 보내 박 대통령에게 직접 사의를 표하게 했다. 다음은 심슨이 후에 쓴 박 대통령 면담기를 간추려 정리한 것이다.
“...비서관의 안내로 대통령 집무실에들어선 나는 눈을 의심했다. 자기 몸보다 몇 배나 큰 책상에 서류를 산더미 같이 쌓아놓고 속옷 바람에 한 손으로는 무언가를 열심히 쓰고 다른 한 손으로는 연신 부채질을 하는 사람을 보았다. 형색이 도저히 일국의 대통령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는 눈빛을 보고 내 생각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박 대통령은 비서관에게 “손님이 오셨는데 잠깐 에어컨을 켜는 게 어떻겠나?”라고 말했다. 나는 대통령에게 한국을 방문한 목적을 설명하고 준비해온 봉투를 내밀자 박 대통령은 “흐음, 100만 달러라... 내 봉급으로는 3대를 일해도 만져보기 힘든 큰 돈이구려...”라며 웃음을 지 었다.
나는 그도 역시 다른 사람들과 똑같다는 생각에 실망감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지긋이 눈을 감고 지긋이 웃더니 봉투를 다시 나에게 내밀며 “자, 이 100만 달러는 이제 내 돈이오. 당장 이 돈 가치만큼 M16을 가져오시오. 이역만리 월남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내 아들들의 피땀과 바꾼 이 돈을 한나라의 대통령으로서 내 배를 채우는데 사용할 수 있겠오?”라고 반문했다.
나는 일어서서 자세를 바로 하고 집무실을 나서며 뒤를 돌아봤다. 거기에는 다시 양복저고리를 벗어 옷거리에 건 뒤 손수 에어컨을 끄는, 작지만 너무나 크게 보이는 참다운 한 나라의 대통령이 있었다.”
고종제 /시애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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