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한 그 신랑감은 돈은 많을지 몰라도 다른 조건은 지극히 평범했음에도 그 부모가 들어오는 혼처마다 신붓감 부모의 출신학교를 묻는 것을 보고 어이없어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요즘 내가 똑같은 요청을 받고, 거절하였다. 그 집안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혼은 당자사 끼리의 만남이기도 하지만 집안과 집안의 만남이기도 하다. 각 가정은 그 집안고유의 향기가 있다. 돈의 향기, 명예의 향기, 학벌의 향기, 허례허식의 향기, 근검절약의 향기, 사람 냄새나는 푸근하고 넉넉한 향기 등.
자녀들은 그러한 자기 집안의 향기에 젖어 살게 되므로 전혀 다른 향기에 적응하려면 서로가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래서 비슷한 향기가 풍기는 사람끼리의 만남이 당사자는 물론 어른들도 편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에 이민와 살면서 자녀 결혼시키는데 부모의 학벌이 왜 필요하단 말인가. 결혼할 당사자의 출신학교를 묻는 것도 학벌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 같아 미안한데 부모의 학벌이 자식의 배우자 판단 기준이 되다니...
며느리를 보는데 부모의 학벌이 왜 필요하냐고 물으니 ‘2세를 위해서’라고 했다. 부모가 평범한 대학을 나왔거나 또는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 하더라도 자식을 잘 키웠으면 오히려 더 칭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한인들은 유난히 겉만 보고 사람을 평가하는 경향이 심하다. 좋은 집과 좋은 차, 좋은 옷, 좋은 학벌 등. 따라서 그러한 모든 것을 충족시키느라 때로는 더욱 고달프고 이기적이 되기도 하고 더 나아가 사람의 도리를 못하고 살기도 한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있듯이 남이 그럴 듯 하게 봐주는 것에 도취되어 실속도 없이 사는 경우를 볼 때면 안타깝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한다. 명문교를 나왔으면 학교를 내세우며 자랑하기에 앞서 명문 출신답게 겸손하고 모범적인 삶의 태도를 취하는 것이 학교의 이름을 더욱 빛내는 길이 아닐까.
박용하/웨스트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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