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자나 손녀를 지극히 사랑하는 것은 양육이나 교육의 책임감이 부모처럼 전적으로 부여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큰아들이 결혼하여 첫 손자를 보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귀여운 모습에 푹 빠졌다. 아기의 응석도 받아 주며 할머니의 즐거움을 누려보고 싶었는데 첫돐이 지나고 얼마 안된 2년전 아들이 오레곤으로 전근을 갔다. 이사간 후로 두어번 방문 할적마다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이 제 애비 어릴적 모습과 닮아서 더 예뻐 보이기도 했다.
한국에선 손자 손녀를 본 친구들이 모이면 오로지 아이들 이야기에 식상을 하게 되고 드디어 손자 손녀 이야기를 하려면 돈을 지불해야한다고 벌칙을 정해도 끝없이 이어지는 자랑거리에 급기야 돈을 줄테니 제발 하지 말라고 한단다.
작년 남편의 생일에 아기 모습을 담은 작은 사진첩을 며느리가 손수 만들어 선물했다. 미술을 전공한 솜씨답게 누가 보아도 예쁜 사진첩을 직장에 가지고 가서 동료 여직원들에게 보여주니 보는 사람마다 칭찬하는데, 반들반들 윤기 나는 마루 위를 기어다니는 귀여운 아기는 제쳐두고 새 마루가 넓고 아름답다고, 노란 튤립이 활짝 핀 뒷마당에서 석상을 붙잡고 겨우 서서 찍은 앙증맞은 아기 모습보다는 이끼 깔린 벽돌과 나이 먹은 나무들이 운치를 이룬 정원이 인상적이라고 하여 많이 웃었다.
어느 가정이나 소중한 자녀들이지만 유독 내 아이만이 특출 나게 돋보이는 부모의 마음을 타인에게 전달하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보고싶던 아이가 지난봄 제 여동생의 돌잔치를 하기 위해 왔었다. 의젓 하게 자란 모습이 대견하여 껴안으면 그동안 떨어져 살아온 공백 때문에 낯설어 하고 제 어미 아비에게만 맴돈다. 돌아간 후 청소를 하다가 테이블 밑에서 아이가 떨어트리고 간 미니 카를 보는 순간 눈시울이 젖을 만큼 보고 싶어 전화를 걸기도 한다.
이런 사정을 간파한 아들 며느리는 e-메일로 사진도 자주 보내고 음성이라도 들려주려고 전화기를 대주면 피하기만 하던 아이가 어제는A B C D ,,,,,노래를 끝까지 들려주어서 나를 기쁘게 해준다.
손자 손녀 예뻐해야 아무 소용없다고 손사래 치는 친구야, 주책없이 또 자랑했는데 듣기 싫으면 규칙대로 돈 낼 의향은 없는가.
정신자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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