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 휴스턴 다운타운에서 북서쪽으로 넓게 자리 잡고 있는 메모리얼 공원은 휴스턴 시민들을 위한 더없이 좋은 휴식처이다. 서울에 있는 덕수궁 넓이의 다섯 배는 되어 보이는 이 넓은 땅은 어떤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서 휴스턴 시민을 위한 공원 조성을 조건으로 휴스턴 시에 기증한 것이라고 하는데, 세속적인 가치인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엄청난 액수가 될 것이라고 한다.
공원 중심부에는 골프장과 골프연습장이 넓게 자리자고 있고, 여러 개의 테니스장도 있다. 100년은 넘어 보이는 커다란 소나무 숲과 느티나무와 은행나무 등 각종 나무들이 밀림처럼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으며, 또 그 바깥쪽으로 둥글게 만들어 놓은 3마일 길이의 산책길도 있다.
이 길은 천천히 걷는 사람에게는 산책길이지만, 운동을 목적으로 뛰어다니는 사람들에게는 운동코스가 된다. 이 산책길 바깥쪽으로 둥글게 만들어진 순환도로 옆에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타고 온 수백 대의 차들이 주차해 있다. 아침 7시 경에 이곳을 찾아오면 주차할 자리를 찾느라고 5분 정도는 소모해야 한다.
휴스턴은 미국 남부의 바닷가에 자리 잡고 있는 관계인지 겨울에도 눈이 내리지 않는다. 따라서 찬바람이 부는 겨울은 공원 산책길에서는 밋밋한 계절이다. 지루한 이 계절이 지나고 어느덧 봄의 전령사 같은 소식을 전해주는 봄꽃들이 산책길 여기저기서 다투어 피기 시작하면 산책길을 찾는 사람들에게도 생기가 돈다. 나뭇가지에 잎도 돋아나기 전에 제일 먼저 분홍색 꽃송이를 하나 가득 피우는 저 꽃나무 이름이 무엇일까. 가장 인상 깊게 느껴지는 꽃나무이다.
동쪽에 위치한 산책로를 가로지르는 돌개천이 하나 있다. 비가 내린 다음날에 돌개천 속을 들여다보면 거울처럼 맑은 물 속에 가끔 주인과 함께 뛰놀던 개들이 뛰어들어 헤엄을 치는 모습은 참으로 시원해 보인다. 물속에는 수십 마리의 피라미 떼가 돌아다닌다. 그 옆으로는 무성한 푸른 야생난초가 무리를 이루고 있고, 나무의자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아침 7시에 이곳을 찾으면 높다란 나무숲 위로 아침 햇살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고, 아침이슬을 머금은 푸른 잔디풀들이 눈부시다. 아침마다 이곳을 지날 때면 돌개천 옆 의자에 앉아 잠시 생각에 잠긴다.
몇 년씩 이곳을 찾다보면 낯익은 얼굴들도 있게 마련이다. 이 산책길에서 항상 조깅하던 금년 86세인 데이빗 노인을 한동안 볼 수가 없었는데, 약 1년 만에 다시 나타나서 오래간 만에 다시 만나볼 수 있었다. 돌개천 옆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곳 산책길에서는 최고령자가 되는 미국인이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느냐는 질문에 그는 플로리다에서 작은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아들집에 가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동안 몸에 이상이 생겨 병원에 입원해서 몇 달을 보냈다는 이야기도 했다. 심장 부근에 있는 관상동맥이 막혀 응급실에서 이른바 “바이패스” 시술을 해서 생명을 건졌고, 앞으로는 나이도 있고 해서 3년만 더 살 수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말했다.
데이빗 씨는 꽤 건강해 보였는데 이 말을 듣는 순간 섬찟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3년이라...... 3년이면 죽기 전에 아쉬움을 남기지 않고 자기가 해 놓아야 할 일을 다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 누구나 현실이야 어떻든 100세까지는 건강하게, 또 궁색하지 않게 살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데 3년이라니, 누구나 가야하는 강 건너의 세상, 데이빗 씨는 그 3년을 보장받기 위해 좋아하던 담배도 끊고 술도 끊었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매일같이 아침에 이곳을 다시 찾아오면 저 돌개천의 물소리와 나무들이 내뿜는 푸른 정기와 맑은 공기가 당신을 10년 더 살게 할 터이니 앞으로 10년을 더 살 계획을 다시 세우라고 강조했다.
자연은 사람들에게 같은 태양빛과 같은 달빛, 같은 별빛, 또 같은 공기와 물 등을 차별 없이, 또 대가 없이 베풀고 있다. 사람들은 이따금 대자연을 향해 고개 숙여 감사함을 나타내야 할 것 같다. 아침 일찍 공원 산책길을 찾을 때마다 그것을 실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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