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미국에 정착한지도 거의 2년이 되어간다. 출장으로야 여러 번 와 보았지만 소셜 넘버를 받고 아파트를 얻고 차를 구하고 자격도 안 되는 미국 법원의 배심원 요청을 거절해 보기도 하며 2년을 살아보니 미국은 내가 알던 것과는 많은 면에서 달랐다.
가장 많이 느낀 차이는 한국인들이 인종적으로 분류되어 있는 동양인 그룹과 서양인들의 차이랄까? 미국인들은 한국이라면 가난한 동네에 속하는 산동네나 바닷가를 매우 좋아한다는 것이다.
꽤 유명한 인사가 살고 있는 선셋 블러버드 어디쯤에서 한참 올라간 산동네에 초대 받은 적이 있었는데 바로 그 동네가 미국 유명 배우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이란다. 높은 지형에 위치한 집이라 전망이 좋았으며 집값도 많이 비싸단다. 한국 같으면 말 그대로 ‘달동네’인데 이곳 LA에서는 최고의 부촌에 속하는 것이다. 바닷가 집들도 거의 마찬가지 인 것 이다.
출장으로 라스베가스를 가 보면 동양인과 서양인들의 차이가 좀 더 뚜렷하게 들어난다. 슬랏머신에서 몇 백달러 이상 터졌을 경우 서양 사람들은 주변에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환호를 한다.
반면 비슷한 행운이 찾아 왔는데도 동전이 짤짤 떨어지는 것을 옆 사람들에게 잘 들리지 않도록 손을 대고 소음을 차단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동양인들인 것이다. 서양인들에 비해서 동양인들은 좀 더 내성적이랄까?
일반적으로 말하는 陽人의 기질이 확실이 백인이나 흑인들에게서 더 많이 나타나는 것 같다. 논리의 비약일 수도 있으나 하늘을 나는 꿈을 이루어낸 서양인들의 눈부신 과학기술 업적 뒤에는 바로 이런 기질이 숨어 있던 것이 아닐까?
반면 우리가 흔히 서양인들이라 부르는 미국에 사는 백인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깊은 문화의 향기를 난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안들에게서 느낄 수가 있다. 특히 한자 문화권을 가진 한, 중, 일 3개국 사람들만이 가진 무어라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공감대를 난 내가 살아온 경험을 통해 느낄 수가 있다.
사실 이 점은 예를 들기가 쉽지 않은데, 일단 외모에서 풍기는 유사성, 인사법과 같은 예절, 쌀밥이 주식인 음식문화, 술을 마시는 습성 등 참 여러 가지 면에서 이 세나라 사람들은 닮았다. 역사적으로 많은 우여곡절들이 있었지만 한자권 문화의 아시안들에게는 묘한 공감대가 있는 것이 틀림 없는듯 하다.
수천년의 유구한 역사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기술과 자본의 부족으로 할리웃의 영상과 음악에 지배 당하던 아시안들이 이제 자신들의 문화를 범아시아적인 창작 언어로 표현하기 시작하였으며 그것은 소위 한류라는 이름으로 할리웃 액션보다는 훨씬 더 가까이 아시아인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미 프로농구(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가 중국 여성 쿵후 고수 2명과 중국에서 신성시되는 두 마리의 용(龍)을 차례로 무찌르고 승리한다는 내용을 담은 나이키 TV 광고와 중국인 남자 고객 1명이 땅에 꿇어앉아 맥도널드 체인점 사장의 바지를 잡고 가격할인을 조르는 모습을 담고 있는 맥도널드 광고가 금지되었다.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인 것이다.
요즘 중국 본토와 미국에 사는 중국인들 사이에 번지는‘대장금’의 열풍과 그 이유를 과연 백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필자의 의견은 네거티브이다. 21세기를 문화의 시대라고 한다. 또 그러한 시대에 아시아 대중문화를 한국이 주도하고 있다. 바로 여기에 문화의 중요성과 한류의 이유와 또 우리의 기회가 있는 것이다.
신항우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미국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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