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목사 생각”
김 숭 목사 (콘트라코스타한인장로교회)
인생은 ‘주관’과 ‘객관’의 절묘한 혼합이어야 한다. 너무 주관적이면 독선이 되기 쉽고, 너무 객관적이면 인생의 감칠맛이 없어진다. 글 시작을 이렇게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하루에도 수없이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매체와 생각을 통해서) 양 나라를 관찰하는 우리네 이민자들의 혼란스러움 때문이다. 사실 이민자는 그 자체의 특성 때문에 잘만 해주면 그 둘의 적절한 배합이 가능한 집단이다. 반면 잘못하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아주 이상한 무리가 되기도 한다.
부정적인 예여서 좀 죄송하지만 현실이기 때문에 한번 언급해보자. 현재 우리 조국으로부터 느껴지는 분위기는 다분히 친미적이다(정치적 의미가 아닌 문화적 의미에서). 사실 ‘친미’라기보다는 ‘향미’(向美)에 더 가깝다. 거리에 비치는 수많은 영어 간판들, 말 배우는 순간부터 영어에 길들여져야 하는 세태와 조기유학, 그래서 탄생된 신조어 “기러기 아빠”, 어쩌면 이런 모습들은 미국을 향한 우리 조국의 ‘국가적 우향우’현상처럼 느껴진다. 반면 여긴 어떤가? 정반대다. 몸은 미국이나 마음은 한국이다. 드라마도 한국 드라마, 영화도 한국영화, 옷도 한국 것, 뉴스도 한국 뉴스, 스포츠도 나 사는 곳과 상관없이 박찬호, 김병현이 있는 팀만 이기면 된다.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할까? 필자는 목회자니까 목회 동향에 예민하다. 목회의 선진성, 즉 어떻게 하면 앞서나가는 목회를 할 수 있을까가 항상 고민이다. 한국의 교회들은 그 선진성의 효시로 미국을 내세운다. 그래서 새들백, 윌로우크릭 하면서 미국의 대형교회들을 벤치마킹하기에 무척 바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면서도 재미있는 사실은, 미주 내의 한인교회들은 오히려 ‘그러고 있는’ 한국 교회들을 거꾸로 벤치마킹한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수입하는 ‘미국식 카피’를 우리는 도로 역수입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감이 잡히셨는지 모르겠다. 필자의 아픔은 이런 식의 한계와 악순환이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에 있다. 이민자 개인에게든 이민교회 안에든, 객관과 주관의 경계가 너무 쉽게 무너지고 있다. 미국은 장점이 많은 나라다. 그렇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그런데 조국의 미국 열풍현상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의 단점들까지 너무 무차별하게 받아들이는 건 아닌가 싶어 걱정이 된다. 객관성 부재의 도미노 현상이라고나 할까? 반면 이민자들 안에는, 미국에서 충분히 산만큼 객관적 판단은 이미 섰을 법도 한데, 자신감과 주관성 부족현상 때문인지는 몰라도 오히려 한국 것만 더 찾아가는 ‘의기소침성 라이프스타일’이 늘어가는 것만 같아 역시 걱정된다.
그래서 이민자인 우리는 좀더 주관적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장점을 벤치마킹하여(객관) 우리의 새로운 장점(주관)을 창조하는 일이다. 사실 이는 우리 이민자들만의 고유의 특권이다. 이제 그 특권을 써야할 때가 된 것 같다. 더 늦기 전에 말이다. 이것이 오늘 해보는 ‘김 목사 생각’의 한 절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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