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죽으면 저승으로 갈 때 바나나를 들고 간다.
여자가 평생 상대한 남자 수만큼 바나나를 들고 가야 한다.
수녀님들은 빈손으로 간다.
평생 남자라고는 상대해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여염집 부인들은 하나씩 들고 간다.
화류계 여자들은 광주리에 이고 간다.
바나나를 주렁주렁.
어느 마을에 화냥년이라고 소문난 여자가 있었다.
화냥년으로 소문난 여자가 바나나를 양손에 하나씩 달랑 두 개만 들고 가고 있었다.
그 마을에 살던 한 아주머니가 그 여자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그 여자의 평소 행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아주머니는 의아했다.
“아니,왜 저 여자가 달랑 두 개뿐이야?”
아주머니는 그 여자 뒤를 쫓아가 들으라는 듯 큰소리로 말했다.
“세상에 네가 얼마나 화냥년이었는가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그래 바나나를 달랑 두 개만 들고 가? 참,염치도 좋다!”
그러자 그 여자가 뒤돌아서서 아주머니에게 쏘아붙였다.
“아주머니! 이미 리어카 두 대 실어보내고 땅에 떨어진 것 주워가는 길이에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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