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택 규 목사(상항 한국 연합 감리 교회,담임)
샌프란시스코 북쪽, 금문교를 건너 1번 도로를 따라 산속으로 들어가면, Muir 해변 가까운 곳의 한 계곡에, “Green Gulch Farm, San Francisco Zen Center”라는 간판이 붙어있는 한 일본 불교 계통, 선원(禪院)이 있다.
꼬불 길을 따라 계곡으로 내려가면 선원의 본당과 함께 몇 개의 건물들이 있고 또 유기농(Organic)농장이 있다. 본당에 들어가 보니 (신을 벗으라고 써있어서 구두를 벗었다.) 커다란 불상이 높이 좌정되어있고, 사방으로 명상할 때 앉는 방석들이 질서 있게 놓여있다.
약간 어두운 것 외에는 별로 특별한 장식도 없는 단순한 목조 건물인데, 분위기가 아주 엄숙하고 외경(畏敬)스러운 감을 준다.
매 일요일마다 이곳에서 정규 모임이 있는데 약 100에서 120명의 사람들이 참석한다고 한다. 참석자 대부분이 백인이며 고학력자들이 많다고 한다. 본당을 돌아보고 나오다가, 자기이름을 “칼라”라고 하는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백인 “여자수련생”을 만나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본래 천주교신자인데, “교회”에서는 무언가 영적 만족이 없고, 또 인생에 대한 회의를 느끼던 차에, 이곳 명상 센터에 대한 소식을 신문에서 보고, 찾아와 지금 3개월간 머물고 있다고 했다. 그들의 매일 일과는 새벽 2시간의 명상을 포함, 하루 6시간의 명상, 강의 듣는 것, 그리고 농장에 나가 일하는 것 등 아주 단순한 삶(simple life)을 살며, 진리를 추구한다고 한다.
기독교 문명권인 미국에서, 이와 같은 동양종교의 명상센터나 사찰들이 점점 늘어가고, 또 도시마다, 마을마다 각 교단의 여러 교회들이 우후죽순처럼 수없이 세워져있는데, 이제 미국인들이 그들의 전통의 하나인 교회와 기독교신앙을 등지고, 이방 종교나 산속의 명상센터, 혹은 “선원”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전에 “샌프란시스코 크러니클”지에 “무종교인”(none)이 점점 늘어 가고 있다는 가사가 난적이 있다. 본래 기독교 신앙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때는 주일학교도 다녔으나, 성인이 된 후부터는 교회를 안나가고, 자녀들도 교회에 보내지 않고, 종교가 무어냐고 물으면 “none(없음)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의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 오늘날 이런 현상이 생기 것일까? 한마디로 오늘날 교회가 “영적 생명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시대와 사회는 급속히 변하고 있는데, 교회는 여전히 구태의연한 “아성”에 안주해 있으면서, 사람들의 영적 욕구에 만족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최근에 언론 매체에 계속 게재되는 천주교 성직자의 성 스캔들, 개신교 TV전도사들의 도덕성의 문제 등 때문에 교회가 사람들로부터 불신을 당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영화나 TV등에 등장하는 성직자는 좀 이상한 성격자로 묘사되는 것이 많은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교회 지도자들과 성직자들은 스스로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지난 10월 31일은 종교개혁 기념주일 이었다. 그 옛날 영적 생명력을 잃고,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했던 당시 교회를 향하여, 개혁의 봉화를 높이 들었던 루터의 “종교개혁정신”은 지금 우리자신에게도 다시 요구되는 것임을 스스로 깊이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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