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키스테디엄에 있는 베이브 루스의 기념 동판에 한 팬이 레드삭스 털모자를 갖다대고 있다.
레드삭스 극적 역전승
‘양키스 징크스’깼지만
WS ‘마지막 관문’남아
‘밤비노의 저주(Curse of the Bambino)’는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보스턴 레드삭스가 영원한 앙숙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3연패 뒤 4연승이라는 사상 초유의 역전 드라마를 펼치며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자 여기저기서 86년간 레드삭스를 괴롭히던 ‘밤비노의 저주’가 마침내 풀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영원한 앙숙 양키스를 상대로 적지인 양키스테디엄에서, 더욱이 3연패 뒤 4연승이라는 신화적인 방법으로 양키스의 높은 코를 납작하게 하며 승리한 것은 레드삭스팬들의 86년 묵은 체증을 한꺼번에 쓸어 내리고도 남음이 있을 만큼 대단한 사건이기 때문.
하지만 그것이 대단한 일일망정 밤비노의 저주가 풀렸다고 할 수는 없다. 레드삭스 팬들이 ‘악의 제국(Evil Empire)’라고 부르는 양키스를 포스트시즌에서 사상 처음으로 꺾은 것은 엄청난 징크스를 무너뜨린 것임이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 아직도 궁극적 목표인 월드시리즈 타이틀을 따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밤비노의 저주’가 ‘양키스 징크스’를 포함하고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밤비노의 저주’란 정확히 무엇일까. 무려 8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18년 당시 단연 최다기록인 5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레드삭스는 1919년 12월 ‘베이브(Babe)’ 또는 ‘밤비노’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팀의 유망한 젊은 투수 조지 허만 루스를 현금 10만달러에 30만달러 론을 얻는 조건으로 양키스에 팔았다. 구단주 해리 프라지가 걸프렌드의 뮤지컬 제작을 뒷받침하기 위해 돈이 필요했기 때문.
그 이후는 잘 알려진 역사다. 돈을 받고 팔아 넘긴 루스가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전설적인 슬러거가 된 것은 물론 그 때까지 월드시리즈에 나가본 적도 없던 양키스는 이후 무려 26번이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포스트시즌의 황제’가 됐다.
반면 그때까지 15번의 월드시리즈에서 5번이나 우승했던 만년 챔피언 레드삭스는 이후 월드시리즈 우승길이 꽉 막혔고 지난해까지 85년째 월드시리즈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물론 그동안 월드시리즈에 한 번도 못 나간 것은 아니다. 1946, 67, 75, 86년 등 4번이나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으나 그 때마다 최종 7차전에서 고배를 마셔 월드시리즈 타이틀 가뭄 해갈에 실패했었다. 더욱이 1986년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1루수 빌 버크너가 평범한 땅볼을 빠뜨려 뉴욕 메츠에 결승점을 내준 것은 ‘밤비노의 저주’를 상징하는 순간으로 레드삭스 팬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결국 밤비노의 저주란 그동안 수없이 레드삭스팬들의 가슴을 괴롭게 했던 모든 사건들을 총망라한다고 해야 한다.
하지만 레드삭스는 이번에 양키스를 제물로 저주의 절반을 풀었다. 과연 레드삭스와 뗄 레야 뗄 수 없는 인연을 맺은 ‘밤비노의 저주’는 올해로 끝날까. 이번 월드시리즈의 최대 관심사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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