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선 <알렉산드리아, VA>
애난데일의 어느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평소 식당 주인과 언니 동생하며 지내는 터라 열심히 예진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보기에도 화려한 옷차림의 손님이 들어와 합석을 하게 되었다. 굵은 흑진주로 귀와 목, 그리고 팔목까지 화려하게 장식하고, 보기에도 비싸게 생긴 커다란 다이아몬드 세 개가 합쳐진 반지는 오른 손에, 큰 흑진주가 박힌 반지는 왼 손에 끼고 열심히 밥을 먹고 있는 그 여자 분을 보면서, 사치를 좋아하는 사람이란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나야 원래 사치란 것을 도대체 싫어하는 사람이라 남편도 여자 치고 보석 싫어하는 사람은 당신밖에 없다고 하면서 나에겐 아예 보석 같은 것은 사 줄 생각도 하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주렁주렁 달고 끼고, 걸친 여자들을 보면 내 목이, 내 손이 근지럽고, 팔목이 무거워진다. 주인과 대화하는 내용으로 보아 무슨 세탁소를 운영하는 사람 같았다.
주인 여자가 내 소개를 하고, 내게 그 여자 분도 소개를 하는데. 어느 봉사단체에 협조한다고 했다. 봉사, 그것은 좋은 일이다. 어떤 일이건, 무슨 봉사이건, 베푼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그 여자 분이 내게 무슨 일을 하냐고 물었을 때, 나는 ‘예진회’에 대해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 내 설명을 한참 듣고 있던 그 여자 분은 의외의 반론을 제기해 왔다. 아파트에 사시는 노인 분들이 얼마나 돈이 많은데 그런 일을 하냐고 했다. 자식들이 돈 벌어서 용돈 주고, 정부에서 돈 받아서 사는데 왜 노인 잔치를 열어 주느냐 면서 못마땅하다는 듯이 말하며, “그럴 바엔 차라리 장애인들을 돌보는 것이 오히려 보람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나는 그 여자 분을 빤히 쳐다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지금 이 사람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사람이 어떻게 밥만 먹고 살 수 있을까. 노인들이 굶고 있고, 생활이 어려워서 잔치를 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국만리 타국에서 아파트라는 좁은 공간에 갇혀 혼자만의 생활을 하는 노인들, 운전을 못해 나가지도 못하고, 말이 통하지 않아 이웃집에도 놀러가지 않는다. 하루종일 자식들이 빌려다 준 비디오 테잎을 수 십 개 쌓아 놓고 보면서 생활하는 노인들을 그 분은 보지 못했는가 보다. 어디 그 뿐이랴, 말이 통하지 않아 병원도 제 때에 가지 못하는 노인들이 얼마나 많단 말인가.
장애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입이 있으되 말 못하고, 귀가 있으되 듣지 못하는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 돈이 아무리 많은들 무엇하리. 즐거움을, 기쁨을, 그리고 행복을 돈주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닐진대. 노인 잔치를 하다보면 한국, 미국, 중국, 인도, 남미 등 모든 인종이 하나 되어 어울려 노래하고, 춤추는 그 순간만큼은 슬픔도 외로움도 모두 잊고 기쁨과 즐거움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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