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 목마’ 같은 감세
연방 재정적자가 아무리 많은 것처럼 보일지라도 경제가 좋으면 문제될 게 없다. 부시 대통령의 주장이다. 부시 주변에 포진한 공급 중시 경제이론가들은 감세 정책이 미국 경제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을 기관차라는 믿음에 차 있다. 세금을 인하하면 할수록 경제가 나아지면서 세수가 증가한다는 생각이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이러한 경제정책이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보자. 레이건은 결국 엄청난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증세 방안을 서둘렀다.
현 정부가 공급 중시 정책에 아무리 매달린다 해도 의회 예산실의 새로운 보고서는 다른 방향을 지적하고 있다. 올해 4,220억달러 규모의 적자는 향후 10년간 2조3,000억달러가 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다시 말해 이번 적자는 과거와 달리 구조적인 성격을 갖는다. 정부는 적자 문제가 점점 개선될 것이란 기대를 불어넣기 위해 지난 7월 4,450억달러로 예상됐던 적자규모가 4,220억달러로 감소한 점을 든다. 그러나 이는 의회가 감세 비용을 위장하기 위해 서류상 매년 이 비용이 감소하는 것으로 작성했기 때문이다. 의회 예산실의 적자규모도 각종 국내 프로그램 예산이 인플레나 인구증가 수준을 뛰어넘지 않는다는 가정아래 추산된 것이다. 이 보고서도 낙관적이란 얘기다.
하지만 국내 프로그램은 통제가 잘 되지 않는다. 2001년이래 국방, 국토안보, 외교 등 예산은 약 70% 증액됐다. 2004년 감세액이 재정적자의 58%를 차지한다. 의료, 교육 등에서 쥐어짜도 수십억달러를 절약할 수 있을 뿐이다. 앨런 그린스펀은 계속해 이러한 추세를 경고했다. 재정적자는 금리 인상을 유도하고 이는 경제를 옥죄고 모기지 금리를 올리며 실업자를 양산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세수에 맞춰 지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시는 여전히 감세의 환상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감세가 연장되고 감세 규모가 증가한다면 그 파급효과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LA타임스 사설
케네디는 케리의 ‘선생’
지난 금요일 케네디 의원은 상원 연설에서 부시 행정부가 “오만하고 이념적으로 부적격하다”고 공박했다. 이보다 더 적확한 표현은 상상하기 힘들다. 이라크를 공격하고 사담 후세인 정권을 축출하기까지 부시 행정부와 네오콘들이 믿고 기대하던 것이 바로 이러한 사고에 기초하고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케네디 의원은 또 부시가 애용하는 ‘임무완수’라는 표현은 이라크 주둔 미군이 이제 막 시작단계일 뿐인 이라크 복구작업에 덜 준비돼 있음을 반증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이라크 임무가 6개월 이상 끌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체니 부통령은 미군은 해방군으로 열렬한 환영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 의지하고 있는 게 바로 부시다.
케네디 의원의 연설의 포인트는 여기에 있다. 이라크 공격과 그 이후의 일련의 사태들은 단순한 실책이 아니라 부시 행정부를 감싸고 정부를 무능하게 만든 이데올로기의 소산이다.
자유주의자들도 케네디 의원의 표현한 “오만한 이념적 부적격”에서 자유롭지 않다. 가난한 것에서 덕을 찾으려는 시각이나 좋은 학교와 나쁜 학교의 차이가 오로지 돈에서 비롯된다는 맹목적인 편견은 상식적인 사람들을 질식시키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베트남 교훈을 잊은 듯 일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는 오만함에 다름 아니다.
오랜 전 나는 케네디 의원에 대한 관심을 끊었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 그가 지극히 상식적이고 지적으로 분개할 수 있는 인물임을 발견했다. 케네디 의원은 부시의 전쟁 결의에 찬동하지 않았다. 케리는 속마음은 무엇이었든 이에 찬성했다.
이것이 문제다. 케네디처럼 소신을 굽히지 않았더라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우물우물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케리는 여전히 ‘오만한 이념적 부적격’이란 케네디 의원의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
리처드 코언/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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