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순득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나무는 절대 필요한 것을 생산하여 우리 인간들을 공경한다.
낮 동안 탁해진 공기를 그들이 밤잠을 설치며 밤새도록 산소를 분출해 놓은 힘으로 즐겁게 휘파람 불며 사람들을 아침 일터로 가게 한다. 그 더럽고 냄새나며 질식할 탄산 가스는 자기네들이 다 흡수해버리고 유리알보다 더 깨끗하고 싱그러우며 마시면 마실수록 달고 더 가벼워지는 푸른 산소를 생산해내어 우리 생명 끈을 이어준다.
팔을 힘껏 넓게 펴서 새들을 안아 즐겁게 노래 부르게 하고 짜증으로 그들을 털어 버리는 일 없이 그 노래 소리를 끄덕 끄덕 자애롭게 들어주며, 살랑살랑 나무 잎으로 박수까지 쳐준다. 다람쥐도 나무 발끝에서 정수리까지 온 전신을 살살 거리며 오르내리는 데도 간지럽다 재채기 한번 없이 가끔 이빨로 나무 둥치를 쪼아대도 나무는 참으로 열매를 맺어 그것들을 먹여 살린다. 푸른 가슴에 안길 때마다 새들은 한없이 행복해지며 그 소리마저 한 옥타브 더 높이 ‘호-이 호-이 짹짹 호이’ 뾰족한 입술을 힘껏 벌려 높이 높이 저 하늘 높이 그들이 행복을 하나님께 감사한다.
이 세상에 나무 가지에서 새벽 잠 일찍 깬 새의 노래 소리보다 더 깨끗한 소리는 없다. 홍수를 막으며 모진 가뭄도 능히 이기게 한다. 꽃을 피워 열매를 맺어 육식을 못하는 자에게 견과류를 생산해 영양 실조에 걸린 자들을 살려낸다. 아름다운 풍경을 조성해 우리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며 눈으로 보는 보신탕을 먹여 건강을 유지하며 삶의 스태미너를 제공해 준다. 도랑 가에서 그늘을 만들어 팥죽 땀 흘리는 수레꾼들의 이마를 시원케 해주며 피곤한 길손의 등을 기대게 하여 숨을 돌리게 한다. 자기 생명의 위협을 받는 이름 있는 태풍을 몸으로 막아내며 흔들리면서 노래를 부른다.
나무들끼리 팔을 뻗쳐 악수도 한다. 가지에 그네를 매어 아름다운 처녀들이 힘껏 높이 올라 그네뛰기하며 이웃집 총각 한번 넘어다볼 기회를 만들어 사랑 싹틔우기에 중재 역할도 한다. 가끔 회오리바람에 뽑혀 나무의 근원인 수치스런 뿌리를 드러내 넘어져 있는데 아무도 아까워 해주는 이 없이 토막내어 불에 태운다. 우리의 충성된 일꾼 푸른 나무 수 십 년 아침마다 만나는데도 그들의 고마움에 한번도 굿모닝 하고 인사한 적이 없다.
우리들의 삶의 파트너가 되고자 뜨겁게 태우는 폭양이나 내리치는 역경의 폭풍우 속에서도 뿌리를 깊이 박고 비틀거리지 않으며 오늘도 아침 산책길 앞에서 기쁨으로 맞아주는 많은 일하고도 허세부리지 않는 푸른 나무에 배우며 그 고마움에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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