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멘델스존(獨, 1809-1847)의 바이올린 협주곡의 세계로 한번 빠져들어 가 보자. 멘델스존하면 떠오르는 것이 모차르트가 남긴 교향곡들이다. 특히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은 너무도 유명하여 팝으로도 편곡되어 널리 알려져 있는데, 아마 멘델스존의 이미지가 바로 이 교향곡 40번에 해당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우아하고 자연스러우며 어딘가 멜랑콜릭한… 한마디로 가장 귀족적인 음악을 남긴 작곡가가 바로 멘델스존이었다. 멘델스존은 어릴 때부터 천재적 재능을 발휘하여 종종 모차르트와도 비교되곤 하는데, 밝고 우아한 선율은 베토벤보다는 모차르트에 가까웠다. 독일의 시성 괴테 역시 멘델스존을 좋아하여 깊은 친분을 평생 유지했다고 하는데, 멘델스존이 창출해 낸 감성적 선율은 지성을 초월한 만인의 유산이었다.
멘델스존이 남긴 최고의 작품은 뭐니뭐니해도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였다. 멘델스존이 누구인가는 몰라도 멘델스존의 남긴 바이올린 협주곡은 한번쯤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하다. 개성보다는 보편적인 음악의 모습을 담고 있다고 할까, 1악장의 그윽한 멜랑콜릭… 3악장의 불같은 정열 …등은 아무리 바이올린을 거부하는 자들이라도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세계 3대 바이올린 협주곡은 단연 베토벤, 멘델스존, 브람스의 협주곡들이었다. 그중 큰 형님은 베토벤이었지만 바이올린 협주곡에서 만큼은 서열이 바뀌지 않을 수 없다. 바이올린 협주곡 사에서 가장 뛰어난 협주곡을 남긴 사람은 바로 멘델스존이었다. 멘델스존을 역사상 최고의 작곡가중 하나로 꼽게 된 것도 바로 이 바이올린 협주곡 때문이었을 만큼 이 협주곡이 남긴 음악사적 의의는 컸다.
바이올린은 알려진 대로 표현력에 있어서 가장 난해한 악기 중의 하나이다. 유년시기부터 훈련된 고도의 음감이 없으면 바이올린은 결코 제대로 된 소리는 낼 수 없다고 한다. 기교적인 측면에 있어서나 음악적인 측면에 있어서나 연주자나 작곡가들이 가장 난관을 겪는 악기가 바로 바이올린이라고 한다. 차이코프스키같은 이는 D장조라고 하는 명 협주곡을 남기고도 아우어(바이올리니스트)에 의해 연주불가능이란 선고를 받고 낙담에 빠지기도 했다. 시벨리우스 같은 작곡가는 원래 바이올린니스트였음에도 불구 그의 남긴 바이올린 협주곡은 D단조가 유일하였다. 베토벤도 단 하나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남기고 있는데 멘델스존 같은 천재도 역시 E단조가 유일하게 유명한 협주곡이었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표현하는 멋은 매미 소리같은 시원함이다. 마치 5월의 하늘… 혹은 그 푸르름 같다고나 할까. 낭만과 여유… 청춘의 풍요로움을 담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멘델스존의 협주곡이다.
인생이 희망으로 가득 차 있는 젊은 시절에 더욱 빠져들기 쉬운 작품이 바로 멘델스존의 작품이다. 언젠가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에 빠져 명동의 필하모니에서 자정이 다 되도록 자리를 뜰 줄 모르던 때가 있었는데 당시 필하모니 입구의 간판에 새겨진 문구가 바로 멘델스존에 해당하는 문구였다. ‘음악은 무한대의 동경, 극한대의 꿈… 상상의 세계로 이끄는 위대한 힘이다’ 이 때문이었을까, 당시 필하모니에서 듣던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등은 평생 잊지 못할 감동으로 남아있다.
1악장은 초상화처럼 소박하며 조금 쓸쓸하고 애무하듯 시작된다. 부드러운 요소가 여성적인 나른함으로 질리게도 하지만 이 곡의 진가는 결코 고상함이 아니었다. 멘델스존의 작품이 협주곡 사에 기리 빛나는 이유는 바로 고난도 기교적인 요소때문이었다. 파가니니도 결코 따를 수 없었던 멘델스존만의 위대한 창작품…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야 말로 음악이 과연 얼마만큼 아름다울 수 있는 가 하는 것을 기교적으로 보여준, 음악사의 불가사의였다. 모든 기교적인 요소를 총동원, 무한한 영혼 여행을 떠나게 하는 이 곡은 교향악의 소닉 사운드가 주는 감동과는 또 다른, 푸르른 열정의 세계로 이끌어 간다.
멘델스존의 음악은 詩(서정)적 맥락으로 볼 때는 결코 위대한 작곡가는 아니었다. 베토벤의 ‘운명교향곡’, 슈베르트의 ‘미완성’ 혹은 차이코프스키의 ‘비창’등에 비한 다면 멘델스존의 곡들은 변방에 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멘델스존의 작품들이 만인에게 사랑 받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음악 속에 깃든 생명력 때문이다. 음악의 우주적인 요소라고나 할까 청춘의 힘… 용암처럼 들끓는 정열과 희망…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에 한 번쯤 빠져보지 못한 사람은 아직 청춘을 진정으로 만끽해본 사람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남국의 그윽함이 가득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의 세계로 한번 빠져들어 가 보자.
<이정훈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