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변두리에 허름한 식당이 하나 자리잡고 있다. 식당 이름도 ‘밥집’이다. 실내 장식이라고는 눈을 뜨고 찾아도 없다.
21세기 최첨단 시대지만 이 식당 한 쪽에는 가마솥을 얹어 장작불을 때 밥을 짓는 아궁이가 그대로다. 물론 밥은 일흔을 넘긴 식당 주인 할머니가 무거운 가마솥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모두 옛날 방식 그대로 짓는다.
식당 이름이 뜻하듯 정말 ‘밥집’일 뿐, 다른 건 전혀 없다. 특색을 굳이 하나 꼽자면 손님이 배부르다고 할 때까지 공짜 밥을 계속 주는 할머니의 넉넉한 인심이랄까. 메뉴도 단 한 가지다. 꼬들꼬들한 밥 한 공기에 구겨질 대로 구겨진 양은냄비에 담겨진 된장찌개, 밑반찬 몇 가지뿐이다.
기자가 이 곳을 처음 찾았을 때 메뉴만 보고 실망했었다. 그러나 손으로 찢은 김치를 둘둘 말아 얹은 밥 한 숟가락과 된장찌개를 입에 넣었을 때 그 느낌이란…. 정말 글로 표현하기 힘든 ‘천상의 맛’이었다.
이 식당이 어디에다 광고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 식당에는 갈 때마다 발 디딜 틈이 없다. ‘밥맛이 꿀맛’이라는 입소문을 듣고 한번 찾은 사람이 다음에 찾을 때에는 다른 사람을 또 데리고 간다.
얼마 전 한인타운에 한 식당이 새로 생겼다. 기자가 너무 좋아하는 메뉴를 제공하는 식당이라 개업날짜까지 달력에 적어놓을 정도로 마음이 설레었다. 그 메뉴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그 식당은 개업 날부터 메어 터졌다.
실내 장식도 화려했다. 식탁은 밥숟가락을 함부로 놓기가 미안할 정도로 으리으리했다. 벽면은 전자제품 대리점을 옮겨다 놓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토록 손꼽아 기다리던 음식이 밥상에 놓였다. 그러나 그 큰 기대감이 허탈함으로 바뀌는 데는 숟가락 한번 뜨는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 조악한 맛이란….
비단 이 식당만이 아니다. 최근 타운에 들어서는 식당과 커피샵 등은 대개 시설이 화려하다. 그러나 정작 그 집의 얼굴인 밥과 커피 맛은 낙제점을 면하기 어려운 곳이 수두룩하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뚝배기보다 장맛’이라는 옛말이다. 이를 경영학계에서는 ‘핵심역량’이라고 한다. 식당은 일단 밥맛이 좋아야 하고, 의류가게는 옷이 편하고 예뻐야 한다. 그것이 핵심이다. 핵심이 부실하면 아무리 주변이 화려해도 좋은 점수를 받기가 힘들다.
타운에 예쁘게 잘 빚어진 뚝배기에 멋진 장맛의 음식이 담긴 업체가 가득하길 기대해본다. 그것이 한인들의 경제력이 성장하는 굳건한 토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 호 성<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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