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단일 업종을 꼽자면 리커, 마켓이다. 언어, 문화 장벽이 낮다는 점과 일한 만큼 비교적 ‘솔직한’ 수입이 돌아오는 장점 때문에 한인운영 리커, 마켓의 분포가 인구보다도 더 고른 분포를 보일 것이다.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현금’을 모으는 장사를 하다보니 강도들의 표적이 돼 많은 한인들이 목숨을 잃거나 피해자가 됐고, 이런 상황은 일주일에 한 건 정도는 LA와 오렌지카운티지역에서 발생할 정도로 현재 진행형이다.
한인들이 피해자가 된 리커나 마켓의 가까운 이웃들에게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물으면 인종도 이름도 모른다는 ‘나 몰라라’형부터 시작해, 점잖고 친절했다는 ‘인사치레형’, 정말 좋은 사람이었는데 다쳐서 어떻게 하냐는 ‘공동체’형 답변까지 얼굴 색 다른 이웃들은 업소를 지키는 한인주인에 대해 스펙트럼 넓은 평가를 내린다.
물론 그 답변은 한인들이 비즈니스를 하러 들어선 순간부터 만들어 가는 것이다.
올 2월 피코리베라에서 총격을 받은 후 죽을 고비를 넘겼던 한인 업주는 가장 대표적인 ‘공동체형’ 비즈니스를 꾸려온 실례였다. 야박하게만 굴지 않고, 잘 웃는 성격대로 특별히 베푼다는 생각 없이 운영한 비즈니스 8년.
그런 그의 모습을 봐왔던 한 히스패닉 여성이 적극 나서 쾌유를 기원하는 촛불집회와 기금모금행사를 이끌었고, 정작 얼굴조차 기억 못하는 한인 업주에겐 고통 속에서도 재활의 힘이 됐다.
지나던 주민들이 한번씩 들려 문 닫힌 업소를 살피는 모습은 그가 인심 좋은 동네 구멍가게 아저씨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것을 증명했다.
최근 강도사건이 일어난 한인 마켓은 ‘나몰라라’형 이웃의 전형적인 사례였다.
“5~6년전 현재 주인이 시작한 것 같은데, 한인인지는 잘 모르겠고, 성도 잘 모르겠고...”
바로 이웃이라면 하루에도 한, 두 번은 마주쳐 통성명이라도 했음 직한데 전혀 알 수 없다는 반응은 의외였다. 살벌한 동네 분위기 때문인지, 무뚝뚝한 업주 탓인지 단정할 수 없지만 사람이 사는 공간에 ‘정’을 나눌 수 있는 대화가 충분치 않았다고 짐작이 갔다.
비즈니스를 하고 소비자로서 만나는 이웃주민을 어떻게 대하느냐는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다. 다만 진심으로 대한 인간관계는 어려울 때 어떤 형태로든 돌아오기 마련이다.
며칠 전 18년간이나 동네 최고령 흑인 노인의 생일 겸 동네 잔치를 열어온 사우스 LA 마켓업주의 스토리가 알려졌다. 4·29폭동을 가게 앞을 지켜준 동네주민 덕에 무사히 넘겼다는 업주의 말 한마디가 빈소리로 들리지 않았다.
배 형 직<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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