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역사의 모순, 가혹함 …소개
-230여 청중들, 한국 거장에 매료
민족시인 고은(71, 高銀)을 초청한 시 낭송회가 2일 밤 D.C. 소재 포저 셰익스피어 도서관에서 열렸다.
워싱턴에서는 처음 마련된 고은 시 낭송회에는 미국인과 동포 230여명이 참석, 시의 가객(歌客)이 펼친 겨울밤 동방의 낭만을 만끽했다.
레드 와인 한잔으로 시심(詩心)을 달군 시인은 먼저 ‘오늘의 썰물’ ‘호박꽃’ 등에 이어 연작시집 <만인보>에서 민초들의 삶의 원형질과 역사의 모순, 세계의 가혹한 운명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딸 그만이’ ‘물개똥이’ ‘옛날의 그믐달’ ‘숲에 들어가서’…에 이어 그는 시베리아 유민들의 피울음 섞인 아리랑 민요를 직접 부르며 객석의 심연에 고인 눈물샘을 출렁이게 했다.
시인의 낭송은 한국문학 번역가인 하버드대 데이빗 맥캔 교수가 영어로 동시에 전했다.
고 시인은 낭송에 앞선 인사말에서“우리나라에서는 새가 노래한다 하지 않고, 운다고 표현한다. 모든 것이 운다. 따라서 나도 울지 않고는 못견디겠다. 내 시는 울음이다.”란 독특한 시론을 펼쳐 미국인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낭송회 후 한인 2세 대학생인 김모 양은“고 시인은 ‘책 읽어주는 여자’의 주인공 마리 같다”고 비유한 후“시인은 시로써 독자와 청중들 속에 숨어있던 진정한 욕망들을 일깨우고 시와 그와 청중을 하나로 만드는 가객”이라고 말했다.
고은 시인의 워싱턴 방문은 1987년 이래 이번이 두 번째다.
시인은 4일(수) 저녁 7시 애난데일의 설악가든에서 워싱턴문인회(회장 이문형)가 마련하는 ‘시인 고은과의 대화’에 참석 40년 시력(詩歷)의 일단을 소개하고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예정이다. 만찬을 포함한 일반인 참가비는 20달러.
최근 연작 시집 ‘만인보’(창비) 16∼20권을 펴낸 시인은 5일 하버드대 강연을 위해 보스턴으로 떠나며 이어 스페인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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