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를 하는 한인으로부터 최근 이런 얘기를 들었다. 어느날 사업상 미국인과 대화를 하는데 “너 남한에서 왔느냐, 북한에서 왔느냐?” 아주 단도직입적으로 그가 질문을 하더라는 것이다. 이제껏 이런 식으로 질문을 받아본 일이 없는 이 한인은 “오브 코스, 사우스 코리아”(물론, 남한)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그 미국인이 “굿”하면서 “노스 코리아 김정일 벳 가이”라고 하더란다.
그래서 이 한인이 “왜냐”고 했더니 북한은 수백만명의 어린이들이 기근에 시달리거나 죽어가고 있는데 남한에서는 그런 이북에 수백만달러에 이르는 돈을 주어 북한이 그 돈으로 원자탄을 만들어 세계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에서 기업을 하고 있는 미국인의 서슴없는 대 한국관이었다고 한다.
역사의 흐름은 국익을 내세운 힘의 논리가 지배해 왔다. 힘이란 다시 말하면 국력을 말하는 것이다. 그걸 거역하다 보면 여러 가지 희생이 따르게 마련이다. 미국이 갖고 있는 힘은 아직까지 대적 상대가 없이 존재해 오고 있다. 이에 대항하고 있는 세력이 알 카에다로 대표되는 중동 테러조직이다. 이라크전도 미국과 중동의 분쟁 현상 가운데 하나다.
사무엘 헌팅턴 교수 같은 사람은 “이는 종교전쟁이 아니다. 강자에 대한 약자의 도전”이라고 보고 있다.
삶이라는 엄연한 현실 속에서 얘기한다고 볼 때 국가든, 개인이든 강자가 지배하는 사회에는 반드시 그것을 인정하고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 점을 바로 일부 한국의 젊은이들과 북한이 이해를 못하고 있다. 한국이나 북한은 세계를 움직이는 미국에 대해 아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말로는 한국이 미국과 반세기 이상 우호관계, 동맹관계를 맺고 있다고는 하지만 미국이라는 나라의 그 깊은 속은 아직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은 그동안 국내에서 민족주의, 자주독립을 부르짖어 왔다. 그런데 그게 큰 실효를 보아왔는가는 의문이 생긴다.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의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막상 이 나라에 와서 절충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계기가 되지 않았는가 싶다. 결국 내 나라의 이익을 위하고 보장하는 것만이 현명한 방법이다. 내 입장과 내 권리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 협상과 대화, 평화적인 해결 방향으로 나가야지만 나라의 이익을 얻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 미국의 여론은 온통 북한의 핵 개발 문제에 쏠리고 있다. 뉴욕타임스도 계속 이 문제를 다루고 있고, CNN도 며칠 전 북한 문제를 2시간씩이나 중점 보도했다. 북한은 지금 미국에서 흐르고 있는 강경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 방송에서는 그동안 북한에 다녀왔던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 매들린 울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스티븐 린튼 박사, 그 외 전 주미대사, 기자를 비롯한 독일인 의사 닥터 플레첸의 활동을 통해 북한의 처절한 참상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결국 미국인의 여론이 ‘북한을 가만 놔두면 안 된다’는 쪽으로 몰아가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그런 대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좋은 관계를 맺고 돌아갔다.
그러나 예상대로 한국에 돌아간 노 대통령이 한청련으로부터 ‘저자세 외교’ ‘굴욕적인 외교’라는 질타를 받으면서 설득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젊은이들이 미국과 한국과의 관계를 너무나 모르는 것 같다.
노 대통령은 다행히 귀국 후 현실론을 많이 강조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는 이상론만으로는 해결이 곤란하다. 끝까지 이상론만 펴고 있는 남한의 젊은이나 자기의 고집을 꺾지 않는 북한은 현실적으로 미국이 근본적으로 어떤 나라인지 알아야 할 것 이다.
자칫하다가는 미국이 가하는 압박공세로 한반도에 전쟁이 안 일어난다고 누가 보장하겠는가. 한 미국인의 지나가는 얘기지만 무심코 들리지 않는다.
여주영 본보 뉴욕지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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