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 연합군의 이라크 침공 4일째인 23일 일요일 오후(현지시간).
본격적인 `충격과 공포’ 작전의 개시와 함께 수도 바그다드 일원에 수천개의 미사일과 폭탄이 떨어진데다 공습목표를 혼란케 하려는 원유저장참호의 방화로 바그다드 상공은 검붉은 연기구름에 뒤덮였다.
바그다드 시민들은 미.영 연합군이 한밤중에만 공급해오던 `관행’을 깨고 일요일 대낮에도 무차별 공습을 감행하자 시내 전체가 줄기찬 공습 사이렌과 검은 연기로 뒤덮인 가운데 더욱 불안에 떠는 모습이었다.
개전 초기에도 한산했던 바그다드 시내를 이라크군 무장병력과 중화기를 실은 소형트럭들이 굉음을 내며 시내를 질주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고, 연합군의 대낮 폭격이 감행되면서 연합군이 수도 인근까지 진격했다는 소문마저 나돌아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었다.
이라크 당국은 전날 개전 이후 처음으로 외신기자들을 바그다드 시내 한 종합병원으로 초청, 연합군의 야간공습에 희생돼 이 곳에서 입원치료중인 민간인 환자들을 둘러볼 기회를 주었다.
이라크 공보당국은 미국의 무차별 공습으로 하룻밤에 민간인 207명이 희생됐다며 이중 100명이 이 병원에서 외과수술 등 치료를 받은 뒤 입원해 있다고 밝혔다.
영국 BBC방송은 머리를 비롯해 온 몸이 붕대로 감겨있는 아메드 랄렙 알리라는5세 소년과 무릎골절 수술을 받은 채 미동도 하지않는 한 소녀를 소개하면서 "이들은 평생 불구가 될 지도 모른다"는 담당의사의 진단결과를 인용보도했다.
방송은 또 "미군의 폭격이 정확했다고는 하지만 이 병원에 수용된 환자들이 거의 민간인인 점으로 볼 때 사실과 다를 수 있다"며 이라크 당국이 소개한, 미군의폭격으로 처참하게 부서진 민간인 시설물들을 예로 들었다.
시민들은 "예식장이 어떻게 공격목표가 될 수 있느냐"며 "관광객들이 즐겨찾는문화재인 동시에 군사시설과는 전혀 무관한 예식장까지 폭격, 많은 희생자를 낸 것은 미치광이짓"이라며 울부짖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 미영 연합군의 폭격과중무장 이라크군의 동분서주, 바그다드 시내를 뒤덮은 검은 연기과 폭음 등은 극도의 불안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이라크 보안군과 집권 바트당 민병대원들은 시내 곳곳에 기관총용 모래부대 진지를 구축하는가 하면 개전 초기에는 볼 수 없었던 박격포 발사용 참호들이 설치된모습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폭격으로 인한 연무가 도시 전체를 뒤덮고 있는 가운데 주요 공공건물이나 참호주변에 시가전용 모래부대를 설치하는 움직임이 부산해지면서 연합군의 바그다드 입성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이라크 언론은 민간인 희생자들의 사진과 함께 관련기사를 대대적으로 보도, 국제사회의 반전단체들에 호소하고 있는가 하면 이라크군에 희생되거나생포된 미군 병사의 시신과 겁에 질린 모습을 적나라하게 소개하면서 반전 분위기를고조시키려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라크 당국은 반전단체에 대한 호소와 함께 국민들의 전의를 북돋으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이라크의 2개 관영 TV방송의 프로그램 진행자들은 이미전투복 차림으로 방송에 나서면서 애국 일변도의 이라크 가요 소개와 사담 후세인대통령의 업적을 칭송하는 등 선무방송에 치중하고 있다.
어떤 프로그램에서는 한 시민이 후세인에게 바치는 연모의 시를 낭독하다가 끝내 울음을 터트리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모하마드 사이드 알-사하프 이라크 공보장관과 술찬 하셈 아메드 국방장관은 이런 일련의 움직임과 관련해 "애국심으로 똘똘 뭉친 바그다드 시민들은 결코 바그다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적군이 바그다드를 노린다면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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