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앞이 안 보일 정도의 모래바람이 불어오고, 밤에는 추위에 떨며 잠듭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베트남전에서 겪으신 고생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겠지요. 이 편지를 받으실 때쯤이면 저는 이라크에 들어가 있을 겁니다.”
지난 1월 전우들과 함께 전장으로 떠난 서의태(23·워싱턴주립대 4학년 휴학) 일병이 2월28일 밤 쿠웨이트 사막 기지에서 부모님께 보낸 편지는 약 한달 뒤에 LA에 도착했다. 지난 2002년 1월 해병대에 입대, 소총병인 서 일병은 현재 미 지상군의 이라크 진군과 함께 최전선에서 생사의 길을 넘나들고 있다.
서 일병은 편지에서 “보병 부대와 탱크 부대는 진격로를 이미 확보하고 작전명령만 기다리고 있으며, 헬기와 비행기가 밤낮 없이 기지 주변을 비행하고 있다”며 전장의 긴박한 상황을 알려왔다. 서 일병은 “이곳에는 전화도 신문도 없어 부대원 모두 외부 소식을 궁금해하고 있다”고 밝혀 최전선에서 군인이 겪어야 하는 초조함과 긴장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늦둥이 외아들을 전장에 보낸 나성반석교회 서정이(60) 목사는 지난 1월 중순 서 일병이 쿠웨이트에 파병되기 전 마지막으로 만나 자신의 전쟁 경험을 아들에게 전해주던 순간을 회상하고 있다. 지난 67∼69년 베트남전에 특수부대원으로 참전했던 서 목사는 “아들이 전장에 가는 것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아버지가 선택하고, 나를 키워준 미국이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에 아들과 한참동안 전장 대처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며 “오히려 부모를 위로하던 아들 녀석이 군부대로 들어가면서 굵은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생생하다”고 밝혔다.
어머니 김문자(50)씨는 막내 생각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애써 담담해 했다.
김씨는 “베트남전에서 남편이 살아 돌아왔듯이 아들도 무사히 돌아올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서 목사 부부는 “일단 전쟁이 시작됐으니, 빨리 전쟁이 끝나 의태를 비롯한 한인은 물론 모든 미군 병사들이 무사히 귀환하기를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이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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