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떠오른 어느 신문사 자료를 보니 한국에만도 올해 100세가 넘은 사람이 2,228명이다. 그 중 72명을 대상으로 알아보니, 글을 아는 사람은 13%, 보약을 먹어 본 일이 없다는 사람은 94%였다. 그러고 보면 배웠다고 머리 쓰는 일이나, 고액의 보약을 선호하는 것이 장수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가 보다.
장수자가 제일 많은 일본에서는 거동을 못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결국 얼마나 오래 사느냐 보다는 어떻게 건강하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들의 규칙적인 생활습관이 운동이나 음식보다도 우선 한다.
미국의 사회주의, 근본주의자 스콧 니어링 박사도 물과 채소와 과일만 먹으면서도 100년을 살았다. 1945년 8월6일, 그의 62번째 생일에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하라고 명령했는데, 그는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다. “당신의 정부는 더 이상 나의 정부가 아닙니다.”
미국 정부의 사회주의 탄압에 반기를 들던 경제학 교수인 그는 위험한 과격분자로 몰려 소외당했다. 이혼까지 당한 그는 중년의 나이에 뛰어난 음악가이며 인도의 철학자 크리슈나무르티의 삶과 사상에 심취해 있던 20세 아래 매력적인 여인 헬렌을 만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다. 그들은 버몬트 그리고 메인에서 농사를 지으며 자급자족적인 생활을 하면서도 여행하며 강연하고 저술을 했다.
그의 일생을 보면서 어떤 목적을 위해 매진하는 사람에게는 늙음도 피해 가는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또한 적당한 긴장과 스트레스는 오히려 장수에 도움을 준다는 말에 힘을 실어 준다. 그는 1983년 꼭 100세가 되는 해, 사랑하는 헬렌이 지켜보는 앞에서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 세상에서 자신의 임무를 마감하고 곡기를 끊었던 것이다. 서로 돕고 살자고 외치던 그 의 뜻을 따르는 이들이 지금도 그의 농장에 모여 니어링을 연구하고 기린다.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가 그리고 의미 있고 충만한 삶이 무엇인지 실행으로 보여준 사람이다.
샌프란시스코에 사시다가 세상을 떠난 홍을수옹이 1996년에 출간한 아흔 한해 회고록 중 자녀들에게 남긴 글이다. “인간의 삶이란 결국 한 발 한 발 죽음에 가까이 가는 과정이지만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상상의 날개를 달고 희망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승리는 곧 너희들의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승리했다고 그것을 자신의 행복으로만 붙잡아 놓지 말고 남과 나눌 줄 아는 봉사정신도 소홀히 하지 말기 바란다. 너희들도 이제는 50, 60대로 들어섰으니 요즈음 문자대로라면 인생의 꽃을 활짝 피우는 시대가 아니겠느냐. 그러다가 한참 일할 나이라는 70, 80대에 가거들랑 그때에는 가고 없는 이 아비가 원하던, 사회와 국가를 위하는 귀한 봉사로 만년을 장식하기 바란다.”
장수한 동서양의 두 분에게서는 일치점이 발견된다. 보통 사람들이 삶을 정리할 나이에도 사회생활을 계속하는 정신력이다. 그리고 자기만을 위해 산 게 아니라는 점이다.
누군가 내게 건넨 메모지 뒷면에 젊게 사는 12가지 비결이 인쇄되어 있었다. 돈 쓸 줄 모르는 수전노 치고 오래 사는 사람 없다. 불평 불만은 하지 말자. 그래서 생긴 주름살은 뒤틀린 마음의 상징이다. 고통스런 기억은 빨리 지우자. 새롭고 좋은 기억만이 노화 방지의 보약이다. 남에게 의지하는 마음을 버리자. 나이를 먹을수록 이성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정력과 호기심을 간직하고 살자. 그 중 마음에 와 닫는 부분은 “미운 마음을 이기고 나면 반드시 사랑의 마음이 뒤따른다”였다. 사랑의 본질이 자신에 있지 않고 남에게 있는 것이라면 용서하고 사랑하는 마음 없이 천년을 산들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말처럼 들린다.
이재상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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