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로 접어들며 바닷가에 오징어와 새우잡이 꾼들이 몰린다. 기실 시애틀은 고사리·가자미·조개·굴들이 사람을 사시사철 들썩이게 만든다.
시애틀을 겉만 보고도 천국으로 단정하는 사람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로 상징되는 IT 산업, 다운타운에 질펀하게 흐르는 스타벅스 커피 향, 젊은이들을 사로잡는 다른 도시와는 다른 올터네이티브 락, 특히‘잠 못 이루는 시애틀’의 화면을 적신 아스라한 빗방울과 수상보트 집이 시애틀을 천국의 신기루로 감싼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인들에게는 시애틀이‘라테’를 마시며 컴퓨터 게임에 심취하거나 록큰롤에 탐닉하는 문화 천국이 아니다. 오히려 산마다 지천으로 자라는 고사리, 담그는 족족 달려 올라오는 가자미, 한 두 시간만 캐어도 한 통 그득히 차는 조개 등 시애틀은 원시의 본향 같은 천국이다.
시애틀은 워싱턴주에서는 가장 큰 도시지만 전국적으로는 작은 메트로폴리스이다. 미국 서북쪽 제일 끄트머리에 붙어 세상사가 맨 마지막으로 전해지는‘촌구석’이지만 이것저것, 요모조모 살아가는 재미가 쏠쏠한 곳이다.
시애틀에 또아리를 틀며 자기 말로‘촌년’이 됐다는 인기작가 은희경씨가 들려 준 친구의 시샘 섞인 질투가 문득 생각난다.
“시애틀에 산적이 있는 사람이 천국에 가면 천국에 머물 수 있는 날 수에서 시애틀에서 머문 날 수를 뺀다더라…”
시애틀이 전국에서 실업률이 가장 높은 근로자의 지옥이라느니, 개선될 전망이 없는 전국 최악의 교통지옥이라는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해지고 있지만, 때가 되면 자라는 고사리와 물이 빠지면 빼뚝히 모습을 드러내는 조개들이 있는 한 시애틀은 한인들에겐 여전히‘살만한 지옥’으로 남을 것이다.
두툼한 파카로 무장한 아이들을 데리고 가까운 부둣가로 나가 한치 오징어에 묻어오는 천국의 환희를 느껴보자.
<정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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