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치 빈혈 앓는 한인 입양아 부모, 골수 기증 호소
조혈기능 완전파괴…타코마 한인회가 캠페인 앞장
골수조직 파괴로 혈액 생산이 불가능한 난치병인 재생 불량성 빈혈(aplastic anemia)을 앓고 있는 한인 입양아와 양부모가 시한부 삶에 쫓기며 골수 기증자를 애타게 찾고 있다.
지난 86년 경기도 화성군 한 고아원에서 입양된 사라 트렌트(한국명 허성숙)양이 몸에 이상징후를 느낀 것은 지난 2000년 겨울로, 몸이 쉬 피곤해지고 일반인보다 출혈 빈도가 높아지면서부터다.
그 후 2년 동안 딸의 질병이 단순한 것이기를 바랬던 스티브-패티 트렌트 부부는 올 여름 사라가 불치병에 가까운 재생 불량성 빈혈을 앓고 있다는 진단 결과를 통보 받고 치료법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다 타코마 제일침례교회 이지균 목사 소개로 얼마 전 비슷한 질환으로 딸 린다씨를 잃은 김창성씨를 9일 만났다.
김씨는“천국에 먼저 올라간다는 믿음을 갖고 있으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다”며“내 딸 린다는‘병이 낫는 것도, 천국에 먼저 올라가는 것도 모두 좋은 일’이라며 식구들을 오히려 위로했다”고 사라양을 격려했다.
사라양이 앓고 있는 악성 빈혈은 린다씨가 앓았던 혈액질환인 백혈병과 달리 혈액을 아예 생산하지 못하는 골수질환으로 치료법이 더 복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린다씨의 경우 헌혈과 같은 방식으로 혈액의 줄기세포(stem cell)만 이식하면 살 수 있었던 데 반해 사라양의 경우는 조직이 일치하는 골수조직을 직접 이식해야 한다는 것. 성덕 바우만 군이 이용했던 치료법과 동일하다.
사라양 어머니 패티씨는 딸의 질환을 계기로 골수 기증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무지에 가까울 정도로 빈약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며 사라만을 위한 것이 아닌 이 캠페인에 많은 한인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내년 1월부터 골수기증 캠페인을 벌일 예정인 타코마 한인회 김경곤 회장은“한인 기증자들이 헌혈과 같은 방식으로 줄기세포만 채취한다고 해도 꺼렸는데 골수를 기증하라면 더 기피할 것”이라면서도 사라양을 살리기 위해서는 골수이식밖에 없어 같은 형질의 기증자가 나타나면 끝까지 설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사라양의 생물학적 형제가 있을 확률은 거의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사라양을 화성군 동방 아동복지센터에 맡긴 어머니 이름이 허복남으로 기록돼 있었으나 아버지에 대한 기록이 전무해 어머니 허씨가 미혼모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골수는 부모로부터 반반씩 물려받기 때문에 형제간 일치 확률이 더 높다.
재생 불량성 빈혈의 생존시한은 발병 후 약 1년 내외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항 림프구혈청 투여 면역 억제요법 등으로 혈구를 잠시 정상으로 만들어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으나 근본적인 치료법은 골수이식밖에 없다고 말한다.
<정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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