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토요일 며느리가 일하러 가는 날이라 나는 남편과 아들네 집엘 갔다. 딩동댕! 소리가 나면 제일 먼저 손자 재현이가 기다렸다는 듯 “누구세요?” 하고 소리를 친다. 할아버지 목소리를 들으며 문을 따느라 대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아들과 손자들 소리가 잠깐 북새통 치르고 문이 열리면 할아버지와 손자의 만남이 가관이다. 덥썩 안기며 “할아버지! 할아버지!” 무언가 새로운 것을 보여 주느라 정신이 없다.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 만나는 할아버지인데도 손자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 이제 3년반이 되어오는 재현이는 자전거도 잘탄다. 할아버지와 재현이가 동네산책에 나서면 나는 그 동생 재용이와 창가에서 LA타임스를 펼쳐놓고 만화를 찾는다. 재현이와 재용이가 제 아빠와 즐기는 일이다. 내가 마시는 커피에 손가락을 담구어 찍어서는 “할머니! 커피타임” 하고 제 입에 넣으며 애교를 부리는 재용이는 지난 주일에 두돌잔치를 했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공부를 하던 아들이 이층에서 내려와 “어머니, 치즈 좋아하시죠?” 하고 물어본다. “오늘 점심은 치즈 마카로니를 만들어 드릴께요” 한다.
조금 있으니 재현이가 할아버지와 함께 돌아온다. 멀리 수퍼마켓까지 가서 낙하산도 사고 낚시대도 샀단다. 수영장 물에 낚시대를 드리우고 플래스틱 고기를 낚아 올리며 노는 재현이와 할아버지는 둘도 없는 단짝이다.
아들이 재현이에게 “아빠가 점심에 마카로니 치즈를 만든다”고 하니 “나도 도울께요” 하고 부엌으로 따라가고 재용이도 형을 쫓아간다.
남편과 아들, 손자 둘! 3대가 부엌에서 주거니 받거니 내가 끼어들 틈바구니는 그 어디에도 없다. 나는 거실 카우치에 편안히 앉아서 PGA 중계방송을 유유히 즐긴다. 그러나 마음은 온통 부엌쪽을 한시도 떠나지 못한다. 드디어 “엄마” 하고 둘째가 도움을 요청한다. 3대가 만든 마카로니. 맛을 보니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