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서울에서 퍼포먼스 ‘난타’가 처음 공연됐을 때, 한국은 지금처럼 정권말기를 맞아 한바탕 뒤집어지고 있었다.
당시 기자는 현실에 대한 실망과 무력감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런 기자에게 ‘난타’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리곤 고착화된 상식의 틀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난타’는 이름 그대로 마구 두드리는 공연이다. 거기에는 이미 상품화된 악기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나비 넥타이와 연미복도 보이지 않는다.
냄비, 빨래판, 후라이팬 등 우리 주변에 흔하게 늘려 있는 일상용품만 등장할 뿐이다. 출연진 도 우리네 삶의 현장에서 언제든지 볼 수 있는 그런 편한 복장이다.
얼핏 보면 무질서, 무형식 그 자체다. 도대체 공연이니, 예술이니 하는 자체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그런 무명의 출연진이 평범한 도구들을 한국의 전통 리듬으로 두드려서 내는 ‘소리’는 대단했다.
뒤죽박죽인 것 같아도 질서가 있었다. 대충 두들겨 대는 것 같아도 조화가 절묘했다.
인위적인 가식도, 오만한 탐욕도, 저급한 향락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사람들의 삶 자체를 있는 그대로 조화롭게, 지혜롭게 표현할 뿐이었다.
"그래 저것이다. 저게 정치다. 저렇게만 정치를 한다면….저렇게 쉬운 것을 어찌 나라꼴이 이 모양인가"
그 날 난타는 ‘감동’을 넘어 ‘충격’으로 기자의 마음을 마구 흔들었다.
’난타’의 감동은 이제 세계적이다. 그동안 국내·외 총관객이 100만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이다. 국내 단일 공연작품이 관객 100만명을 넘어서는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기록이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2,300여회나 공연했다. 외국은 16개국, 81개 도시를 돌아다녔다.
이렇듯 ‘난타’는 세계인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는 5년 전 그때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세계인들을 여전히 실망시키고 있다.
정권이 레임덕에 빠지면서 대통령 측근들과 가족들의 부정부패가 하루가 멀다않고 불거지고 있다. 여야 정치인들은 차기 정권을 잡기에만 혈안이 돼 체면이고 양식이고 다 던져버렸다. 사회 여러 이익단체들은 제각기 자기 몫을 챙기기 위해 목에 핏발을 세우고 있다.
그렇게 해서 뭘 얻겠다는 것인지. 얻어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언제쯤 한국의 정치판에서 5년 전 ‘난타’의 감동을 확인할 수 있을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