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햇살로 시작되는 봄. 봄바람의 휘날리던 치맛자락을 잡고 여름이 시작된다. 여름이면 겪어야 할 일이 많은 들판에 빗줄기가 내리쳐 나락이 땅에 떨어져 썩어 버릴 것 같지만 가을의 숨돌리기는 여전하다.
가을은 그래야 하는데 풍성한 마음으로 높이 늘어선 하늘에 널린 구름을 보며 편안한 겨울잠을 준비해야 하는데..
여름내 단물 다 빠져 어린 소녀가 씹다 버린 껌 딱지 같이 아스팔트 바닥에 내 깔려 밟혀 색을 잃은 껌 딱지 같이 된다면 봄바람이 아무리 따스한 햇살로 가득했던들 아무런 의미가 없을 텐데.. 하는 걱정이 든다. 오히려 봄의 화려한 출발이 초라한 가을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 추억이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스무 살을 꽉 채우고 이제 서른이 시작되어 내리 꽂는 빗줄기도 당당히 견뎌 내고 모래가 다 부서져라 내리쬐는 땡볕도 거뜬히 이겨내야 하는데 나는 온실에서 자란 분재 송 나무 같다. 굵은 철사로 행여 딴 길로 샐 까봐 두 번째 손가락을 싸고 있는 살이 헤어져라 꽉 동여맨 몸통이 쏘세지 같이 부담스럽게만 느껴진다.
지금 나는 이도 저도 아닌 모습으로 살아간다. 주어진 것에 감사는 한다면서 순종하지 않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게 해 달라고 기도하면서 자기개발을 멈춘 상태로 어정쩡한 30대를 맞이했다.
내 인생의 가을에 만일 내 깔려진 껌 딱지로 늘어붙어 아무도 아름답다 생각하지 않을 환경미화 대상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가져본다. 마음만 가지고 사는 인생이 아닌 것을 부쩍 많이 느끼게 되는 여름의 냄새를 맡는다. 나의 여름은 색이 짙은 석류 같아서 가을에는 적당히 말캉한 단향을 내고 싶다. 먹음직한 생김새로 섞여 담긴 광주리에서 제일 먼저 꼽히지 않아도 말라 꼬부라져 내쳐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까맣게 알이 들어찬 입 새를 감싼, 살이 여문 가을을 꿈꿔본다.
아직 여름이 다 끝나지 않았으니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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