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세리토스 퍼포밍아츠센터에서 열린 안 트리오의 무대는 한마디로 이심전심이 빚어낸 일치된 호흡이었다.
20년 넘게 하나된 앙상블을 일궈온 마리아(첼로), 루시아(피아노), 앤젤라(바이얼린) 세자매는 잠시 스치는 눈빛만으로도 들어설 때와 빠질 때를 맞춰가며 빈틈없이 하나된 선율을 불러내 객석의 열띤 환호를 받았다.
화려한 은빛 망사와 빨강 치마 등 늘 그렇듯 평범치 않은 무대의상으로 한껏 개성을 드러낸 채 붉은 빛의 무대를 장식한 안 트리오는 이날 공연의 시작과 끝을 아스톨 피아졸라의 격정적이고 아련한 탱고로 장식했다.
이들의 자신만만한 무대는 눈보라가 흩날리는 설원 위에 증기를 토해내는 열차의 격렬함으로 물들다가 이내 짙은 서글픔이 녹아든 애잔한 선율로 채워지는 등 감정의 매끄러운 변화가 간단없이 펼쳐졌다. 특히 루시아의 안정된 피아노는 결코 튀지 않지만 바이얼린과 첼로를 두루 껴안으며 전반적인 연주의 진행을 이끄는 듯이 들렸다. 막내 앤젤라는 매 연주에 앞서 곡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맡아 객석과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공연은 아스톨 피아졸라의 곡 외에도 레너드 번스타인의 ‘바이얼린,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삼중주’, 차분히 가라앉은 서정적인 곡 ‘자장가’, 지난 98년 안 트리오를 위해 작곡된 ‘다이아몬드 월드’, 도어스의 ‘라이더스 온 더 스톰’ 등으로 다채롭게 선사됐다.
이날 안 트리오는 앵콜 공연으로 가요 ‘애모’를 준비해 한인 관객들을 기쁘게 하는 배려를 잊지 않았다. 공연이 끝난 후 로비에서 진행된 사인회에는 한인 팬을 포함한 수많은 관객들이 길게 줄을 서 이들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jjrhee@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