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은 메마른 대지를 경작 못한다"
제임스 켈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 차관보가 부시 대통령의 아시아순방에 앞서 지난 주 하원 국제 관계위원회에서 이 말을 했을 때 기자는 무릎을 쳤다.
딜레마에 빠져 있는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 정책’과 이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너무나 정확히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햇볕정책이 북한을 50년 냉전의 고립상태에서 끌어내려는 조치로 김 대통령에게 노벨 평화상을 안겨줬다"면서 미국이 햇볕정책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거듭 밝혔다.
켈리 차관보는 그러나 "북한은 햇볕정책에 건설적으로 응답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국제관계의 계속적인 결핍, 즉 스스로 초래한 고립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4년전 이솝우화에서 따온 햇볕정책이 처음 나왔을 때 기자는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강제적인 방법 없이 따뜻한 햇볕만으로 북한이 겹겹이 껴입고 있는 두꺼운 외투를 스스로 벗어 던지게만 할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겠는가.
4년이 지난 지금 그 결과는 어떤가. 이유야 어떻든 북한 정권은 아직 근본적으로 변한 게 별로 없다. 싫다는 데 죽자 사자 따라다니는 남자대하듯 고자세로 잇속만 차리고 있다.
미국은 켈리차관보의 지적처럼 싹이 틀 가능성이 없는 메마른 땅에 햇볕만 쏘이고 있는 꼴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메마른 땅에 싹이 틀려면 햇볕 외에도 물과 씨앗이 있어야 한다.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는 일은 북한 당국의 자발적인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켈리차관보는 그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집권층들은 그런 협조가 곧바로 자신들의 ‘기득권 상실’과 연결된다고 믿고 있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면서 경제적 실리도 챙기자는 버티기 전략이 그들의 입장이다. 북한을 장악하고 있는 소수 집권층들은 ‘메마른 땅’에서도 잘먹고 잘 살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다수의 북한 주민들은 하루 하루가 사는 게 지옥일 것이다. 그들의 고통을 외면한 체 언제까지 햇볕만 쪼이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켈리 차관보는 "그것은 궁극적으로 북한의 자멸을 유발할 것이라는데 거의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이번에도 서로의 이해관계를 적당히 미봉하고 말 것인가. 아니면 구체적이고도 실효성 있는 묘책을 내놓을 것인가.
서울에 도착한 부시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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