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초기 오래 아파트에서 살다가 집을 사게 됐다. 그런데 돈이 모자라서 친구에게 몇 천달러를 빌렸다.
그 친구는 그것을 빌미로 주말마다 아이들을 우리집에 맡겨놓고 놀러 다녔다. 불평도 못하고 답답하게 지냈다. 그런데 어느날은 아침 6시30분경 대문을 두들겨 경찰이 온줄 알고 깜짝놀라 나가보니 그 친구가 히죽히죽 웃으며 “배고파서 아침을 먹으러 왔다”고 했다. 화가 났지만 돈을 빌려준게 고마워서 내색도 못하고 뜨끈한 커피와 계란후라이로 대접을 했으며 그후로도 몇번씩이나 도깨비처럼 찾아왔었다. 그후 열심히 일해서 빌린 돈을 갚았고 그 친구는 타주로 이사가게 돼서 불청객으로부터 해방되었다.
불청객이 떠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가끔씩 우리집을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아무도 원치않는 부부싸움이다. 부부싸움을 하면 단란했던 집안이 순식간에 사막으로 변해버릴 뿐 아니라 힘든 이민생활을 더욱 더 피곤하게 하고 우울하게 한다.
싸움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걸리고 어디서 지원군을 청할 수도 없다. 그래서 혼자 스스로 해결해야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부부싸움은 불청객중의 으뜸 불청객이다. 제발 찾아오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곰곰히 따져보니 우리집의 부부싸움은 대부분 내가 먼저 자동차 시동걸듯 먼저 시작하는 것 같다. 나의 경우를 보면 생활의 리듬을 지키지 못하고 피곤이 쌓였을 경우, 늦게 잤을 때, 자녀의 일로 마음이 심란할 때, 일이 잘 풀리지 않을 경우 그리고 앞길이 잘 보이지 않을 때 싸우는 확률이 높았다.
내가 피곤할 때 아내도 피곤할 것이며 내가 답답하면 아내도 마찬가지일 터인데도 불구하고 내 좁은 마음과 변덕스런 여름 소낙비처럼 쏟아지는 성격 때문에 아무 준비없는 아내를 황당하게 만들곤 한다.
나는 의심이 많아 좀처럼 남을 믿지 못하는데 반하여 아내는 20년전 나 하나를 믿고 미국에까지 왔으니 생각하면 고맙기 한이 없다. 갑자기 찾아오곤 하는 불청객으로 부터 우리 집안을 보호하기 위해 우선 내 마음의 문단속을 단단히 해야겠다.
박진원<자영업>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