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미국에 와서 가장 곤혹스러웠던 일중의 하나는 상대방의 눈을 쳐다 보면서 말해야 하는 것이었다. 어느 미국 변호사에게 따질 일이 있어 찾아가서 책상을 사이에 두고 말을 나누었는데 이 변호사는 대화 도중 여러번 나에게 “나를 보세요”라고 나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이었다. 나란히 앉아서 달을 쳐다 보며 사랑을 고백했던 나로서는, 미국사람들은 서로 상대방의 눈을 들여다 보면서 “사랑한다”는 말을 한다는 것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 자기네들의 눈을 보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은 거짓말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라고 이들이 지레 짐작한다는 것은 더더구나 몰랐다.
내가 미국 직장에 처음 취직해서 애를 먹었던 일은 할 이야기가 있어서 상관의 책상 앞에 가서 서 있어도 상관이 나를 쳐다보지 않고 자기 일만 계속 하는 것이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내가 반드시 상관에게 나의 의사를 표시해야만 비로소 그때 그는 나를 맞이한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우리는 다른 문화권에 와서 살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되는 일도 이들 미국사람에게는 무례하게 비쳐질지도 모른다.
버스에서 경험한 일이다. 내가 버스의 통로 안쪽의 좌석에 앉아 있었는데 어느 한국분이 버스를 타더니 내 옆에 서서 슬쩍 엉덩이로 나를 미는 것이었다. 내가 쳐다 보니 그 사람은 딴데를 보고 있었다. 내가 안쪽으로 옮겨 앉았더니 그는 아무 소리도 않고 자리에 앉았다.
미국 수퍼마켓에서 좀 배운듯 싶은 중년의 한인여성이 “나는 물건이 한개 밖에 없으니까”라고 말하면서 줄 서 있는 사람들의 맨 앞으로 가서 물건 값을 계산하고 나가버리는 것이었다.
어제는 어느 미국 상점에서 내 뒤에 있던 중년의 한인이 아무말 없이 내 앞으로 밀치고 오더니 맥주 한 박스를 계산대 위에 올려놓고 도로 나의 뒤로 가서 선다. 내가 쳐다 보았더니 손바닥을 보이면서 앞서 계산하라는 제스처를 쓴다.
위에서 말한 세 가지의 경우는 한국에서는, 또는 한인들의 사이에서는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이로 인해서 기분 나빠할 외국사람이 또는 한인이 하나라도 있다면 우리는 이를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서효원/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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