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고 부식된 성인들의 복잡한 관계를 파헤친 진실된 심리 드라마이자 러브 스토리요 또 긴장감 팽팽한 범죄 스릴러다. 고인 채 흐르지 못하고 완전히 무감해진 부부들의 무너져 가는 관계가 표면상으로는 고요히 묘사되나 내면을 가격하는 감정적 펀치가 통렬하니 강력하다.
사랑과 섹스, 신뢰와 기만, 고독과 배신의 이야기인데 관계의 어려움을 서술하는 연출솜씨가 차분하고 지적이요 또 감정적이다.
카메라가 서서히 란타나 관목 위를 따라가다가 엎드려 있는 결혼반지를 낀 여자의 사체를 포착하는 첫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다(작고 다채로운 꽃들 속에 숨어 있는 촘촘한 가시들을 지닌 호주산 식물 란타나는 영화의 내용을 상징한다). 심리적 감정적으로 칙칙하니 얽혀 든 이야기의 무대는 무미건조할 정도로 평범한 시드니의 교외.
아내 소냐(케리 암스트롱)와의 관계가 빗나가기 시작한 형사 레온(앤소니 라팔리아)은 남편과 헤어진 아름답고 선정적인 제인(레이첼 블레이크)과의 혼외정사에 대한 죄의식에 시달리고 있다. 얘기는 레온과 그의 파트너로 관계맺음을 갈망하는 노처녀 클로디아(리아 퍼셀)가 여 정신과 의사 발레리(바브라 허시)의 실종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여러 사람들의 상호관계와 각자의 비밀과 욕망과 슬픔이 교묘하게 연결되면서 진행된다.
발레리와 남편 존(제프리 러시)은 2년전 어린 딸이 살해된 뒤 서로 대화를 두절한 채(여기 나오는 4쌍중 3쌍이 모두 그렇다) 완전히 관계가 정지된 상태. 마지막 한 쌍은 제인의 옆집에 사는 어린 3남매를 둔 젊은 부부 닉(빈스 콜로시모)과 폴라(다니엘라 화리니치). 이들은 가난하나 다른 3쌍과 달리 서로 사랑과 믿음으로 맺어진 관계다.
발레리가 밤에 차가 고장나 공중전화로 집의 앤서링 머신에다 대고 남편에게 독백하는 장면에서 부부간 대화와 포옹의 필요가 절실하게 묘사되는데 끝내 발레리는 존과 통화를 못하고 실종된다. 앙상블 연기가 좋은데(특히 터질 듯한 라팔리아의 연기가 돋보인다) 음악도 작품의 감정을 잘 대변한다. 라스트 신에서 위안을 받게 되는 가슴속을 파고드는 절절하니 근접한 뛰어난 호주 영화다. 레이 로렌스 감독. R. Lions Gate. 페어팩스(323-655-4010), 파빌리언(310-475-0202), 플레이하우스(626-844-6500), 타운센터(818-981-9811)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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