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가 시작되면 텅 빈 적막이 흐른다. 무대 위는 파란색 조명이 비춰지면서 한줄기의 연기가 좌우를 가로지른다. 이때 무대 한쪽에서 드럼주자가 라벨의 ‘볼레로’ 전주를 두드리며 등장한다. 그리곤 이내 무대는 관악기와 타악기가 뿜어내는 소리의 바다로 채워진다.
이번 달 27일부터 내년 1월6일까지 오렌지카운티 퍼포밍아츠센터 무대에 오르는 공연 ‘블라스트’ (Blast)는 타악기와 관악기가 한데 어울려 빚어내는 웅장한 소리의 향연이다. 블라스트는 돌풍, 폭풍, 폭파시키다 등의 뜻을 지닌 단어로 이 공연의 성격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 공연이 단순히 관객들의 귀만 즐겁게 했다면 2001년 토니상 ‘스페셜 무대공연’과 에미상 ‘베스트 안무’ 부문에서 상을 거머쥐긴 힘들었을 것이다. 무대는 시각적 쾌감도 함께 선사한다. 잘 훈련된 무용수들이 현란하고 커다란 깃발과 기다란 기병도 등 소품을 이용해 아슬아슬하게 펼치는 절묘한 율동이 그 절반을 채우고 있다. 20대 남성들로 짜여진 48명의 단원들이 내뿜는 격렬한 힘과 생명력이 음과 색과 움직임으로 조화를 이뤄 관객들의 시선을 한순간도 놓아주지 않는다.
공연단은 브라스, 퍼쿠션, 비주얼 앙상블의 3개 부분으로 나뉘는데 브라스는 트럼펫, 클라리넷, 프랑스 나팔 등으로, 퍼쿠션은 드럼, 각종 타악기, 전자키보드 등으로 구성된다. 비주얼팀은 기병대가 쓰던 칼, 오색의 깃발 등을 돌리고 던지는 집단율동을 통해 시각을 사로잡는다. 운동선수의 탄력과 뮤지션으로서의 음악적 감각을 두루 갖춘 단원들의 기량도 수준급이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리기에 좋은 무대.
공연일정 12월27∼29일, 1월1∼5일(밤 8시), 12월28∼30일(오후 2시), 1월5, 6일(오후 2시), 12월30일, 1월6일(밤 7시30분) 티켓 22, 27, 39, 44, 52, 57달러.
문의 (714) 556-ARTS (213) 768-8705
jjrhee@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