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고의 호황을 맞고 있다는 한국영화의 붐은 거품일까, 실질성장의 산물일까.
이를 둘러싼 영화계에 논쟁이 불을 뿜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논란의 불씨를 처음 댕긴 사람은 서울예대의 강한섭 교수.
10월 11일 동아일보의 기고문을 통해 ‘ ‘친구’의 기록을 제외하면 올해 상반기 한국영화의 수익률은 마이너스 29.3%’라며 거품 성장론을 제기한 그는 지난달 27일 영화평론가협회 세미나에서 ‘한국영화 붐 현상은 한국영화의 수준 향상이나 수요 증가에 따라 이뤄진 것이 아니라 김대중 정부의 포퓰리즘적인 정책에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단계 한국영화산업은 눈부신 호황의 시기를 지나는 것이 아니라 눈부신 쏟아붓기의 시대를 보내고 있다’면서 ‘극장과 인터넷 등 인프라에 대한 과잉투자와 제작비 규모의 지나친 확대로 모처럼 잡은 산업 도약의 기회를 상실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김혜준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실장은 영화전문주간지 ‘씨네21’ 최근호의 기고문에서 강교수의 거품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지난해 마이너스 6%대에 머물던 한국 상업영화의 평균 수익률은 올해(10월 21일 현재) 들어 플러스 23.6%로 개선됐으며 ‘친구’를 빼고 계산해도 플러스 5% 가량에 이른다’며 강교수와 상반된 통계를 제시했다.
그는 ‘한국영화의 상업적인 호조는 인력ㆍ자금ㆍ기술력이라는 기반과 표현의 자유로움이라는 사회환경에 힘입은 바 크다’면서 ‘한국영화는 블록버스터라는 상업적 전략을 포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좀더 다듬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화평론가 이효인씨는 영화전문주간지 ‘필름 2.0’에 반론을 게재해 ‘강교수의 부정적인 시각에 대체로 동의하지만 한국 영화산업의 부정적 현실을 김대중 정부의 포퓰리즘적인 정책에서 찾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만약 현 정권의 영화산업 정책이 한국영화의 우세현상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의 요지라면 일찍이 그가 예견했던 한국영화 르네상스론이 지금의 상황과 아무 연관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며, 충무로가 자생적으로 잘 자라날 수 있었는데 현 정권이 이를 과도하게 부채질해 심각한 불안을 가져왔다는 주장이라면 경제를 읽고 영화산업의 방향을 타진하는 데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편 조영정 중앙대 강사는 지난 3일 영화학회 세미나에서 ‘9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국영화의 상업적 호조가 몇편의 영화에 편중된 현상임은 분명하지만 우리 관객에게 낯익은 영화가 등장했기 때문에 한국영화 관객을 크게 늘리는 데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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