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로 이슬람계 테러단체에 대한 미국인들의 적개심이 한층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LA타임스가 4일 이슬람계 테러리스트나 테러 단체를 정의하는 미국의 시각이 잘못된 것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LA타임스는 이 기사에서 오사마 빈 라덴이나 알카에다를 직접 지칭하지는 않았으나 미국이 테러단체로 규정한 레바논의 ‘헤즈볼라’(Hezbollah)를 예로 들어 헤즈볼라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과 레바논인들의 시각을 비교하는 심층기사를 1면에 게재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알라) 신의 당’이란 뜻인 헤즈볼라는 레바논의 시아파 회교도들로 이뤄진 단체인데 전통적으로 미국은 이 단체가 세계적 세포조직을 거느린 테러단체이며 알카에다와도 연계돼 있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입장은 9·11테러 이후 "헤즈볼라는 중동을 불안정하게 하는 테러단체"라는 콜린 파월 미국무장관의 발언에 의해 재확인된다.
헤즈볼라는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에도 개입, 팔레스타인 무장조직인 ‘하마스’(Hamas)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1994년 주부에노스아이레스 이스라엘 문화원 폭탄테러, 1992년 주아르헨티나 이스라엘 대사관 폭탄테러, 1983년 베이루트 미해병대 막사 폭탄테러의 주역 또는 용의자다. 이 가운데 베이루트 미해병대 막사를 대상으로 트럭을 이용해 자행된 자살 폭탄테러는 200여명의 미해병을 제물로 삼았고 미국은 결국 이 사건 뒤 레바논에서 철수했다.
그러나 레바논 국민의 눈으로 보면 헤즈볼라야말로 해방군이다. 베이루트 사건으로 미군을 쫓아낸 것도, 1982년 레바논을 침공한 후 남부 레바논을 장악하고 있던 이스라엘군을 쫓아낸 것도 헤즈볼라다.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해 주말이면 학용품 염가 판매에 나서는 것도 헤즈볼라고 아랍권에서 아주 시청률이 높은 TV를 운영하며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것도 헤즈볼라다.
베이루트 사건 2년 후인 1985년 중동에서 이스라엘을 추방하겠다며 공식 출범, 시리아와 이란의 품에서 걸음마를 배운 헤즈볼라는 아이러니컬하게도 1991년 걸프전 당시 미국이 시리아를 미국 측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레바논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묵인해 주면서 급성장, 오늘날에는 레바논 의회에서도 최소 10석 이상 확보한 당당한 공조직으로 자라났다.
"우리가 테러리스트라면 나치와 맞선 프랑스 레지스탕스나 쿠웨이트를 해방시켰던 미국도 테러리스트"라는 말은 레바논인들로서는 뜻 모르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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